[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통상적으로 주식시장에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포퓰리즘이 사실은 주가 수익률을 띄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포퓰리스트들이 내놓는 단기 부양책이 주가를 견인한다는 진단이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사진=AP/뉴시스> |
블룸버그통신은 2일(현지시각) 네온 리버티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사티엔 메타 매니저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가장 잘 알려진 10명의 21세기 포퓰리스트가 당선된 후 3년간 해당 국가의 주식시장이 달러 기준 평균 155% 급등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주식시장은 종종 선거 후 10년간 랠리를 지속했다.
메타 매니저는 포퓰리스트들이 빈번히 부채 부담이 늘더라도 성장을 지지하는 단기 부양책을 내놓기 때문이라고 이 같은 현상을 설명했다. 그는 “일반적 통념은 투자자들이 포퓰리즘 지도자들을 우려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주식시장은 사실 그들의 정책이 초기에 두려워했던 것보다 무난하다는 결과를 봤을 때 보다 회복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블랙프라이어스자산운용의 토니 한 주식 부문 책임자는 “포퓰리스트 지도자들은 의미상 마구 줘버림으로써 대중에게 인기 있는 것들을 한다”면서 “이것이 분위기를 개선하고 소비지출을 늘리는데 시장에 강한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필리핀 주식시장은 이 같은 현상을 잘 보여준다. 인권 탄압에 대한 비판에도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인프라 투자를 늘리고 세금을 깎아주면서 빠른 경제 성장 속도를 즐기고 있다. 지난 2~3월 필리핀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빼낸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달 1억9800만 달러를 다시 투자했다.
시큐리티뱅크코프의 노엘 레이스 수석 투자책임자는 “투자자들은 가파른 랠리 가능성에서 빠질 수 없다”며 “두테르테 대통령은 성장을 지속하기 위한 개혁을 추진하고 있고 리더십 스타일에 대한 비판에도 여전히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브라질과 러시아, 폴란드, 이집트, 인도에 이르기까지 포퓰리스트 지도자들의 재임기 해당 국가 주식시장은 랠리를 펼쳤다. 지도자들이 좌파성향을 가진 경우 3년간 평균 주식 수익률은 221%에 달했으며 우파의 경우 122% 뛰었다. 장기적으로 보면 수치를 평가하기 어려워지지만, 블룸버그는 주식투자자들이 5년간 355%, 10년간 442%의 수익률을 누렸다는 지표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애시모어그룹의 잔 덴 수석연구원은 포퓰리스트들의 부양정책이 주식시장을 상승시킬 수 있지만, 이때 얻은 것은 국가의 미래의 비용으로 소요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따뜻하고 푹신한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처음보다 훨씬 안 좋은 상황에 이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채권시장에서 이 같은 타격은 떠 빨리 포착됐다. 헝가리의 5년 만기 달러채는 1998년 오르반 빅토르의 당선 이후 28%나 가치가 떨어졌으며 2001년 태국에서는 탁신 친나왓의 당선 이후 비슷한 만기의 채권이 24% 하락했다. 필리핀에서도 지난해 5월 두테르테 대통령이 당선된 후 달러채 가치가 1.4% 떨어졌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특파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