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26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약속한 세제 개혁안이 공개됐지만, 월가의 반응은 무덤덤했다. 이미 일부 내용이 공개된데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가 장 막판 하락세로 전환하는 등 기대보다 구체적이지 않은 발표에 시장 참가자들은 오히려 실망한 분위기였다.
월가 트레이더 <출처=블룸버그> |
이날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1.03포인트(0.10%) 하락한 2만975.09에 마감했으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0.27포인트(0.00%) 내린 6025.23을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1.16포인트(0.05%) 낮아진 2387.45에 마쳤다.
다만 소형주 중심의 러셀 2000지수는 세제 개혁으로 소기업이 더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로 상승했다.
트럼프 정부는 법인세율을 현행 35%에서 15%로 대폭 삭감하는 세제 개혁안을 공개했다. 개인소득에 부과하는 최고 세율도 현재 39.6%보다 낮춘 35%로 잡았으며 과세구간도 현재 7단계에서 3단계로 간소화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번 세제 개혁이 역대 정부 중 최대 규모의 감세를 담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반응은 밋밋했다. 오늘 공개된 개혁안의 내용이 이미 언론을 통해 시장에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시장이 개혁안 발표 이전부터 상당 규모의 세제 개혁을 자산 가격에 반영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므누신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의회가 세제 개혁을 두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시장은 세제 개혁안이 발표된 대로 통과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세제 개혁안이 의회를 통과해야 시장이 안심하고 추가 랠리를 펼칠 수 있을 것으로 점쳤다.
릿지워스 인베스트먼트의 앨런 게일 선임 전략가는 블룸버그통신에 "오늘 발표된 계획은 굉장히 공격적이며 이대로 통과될 것 같지 않다"면서 "세제 개혁을 반영해 실적 전망치를 조정한다는 사람을 월가에서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이것은 불분명한 상태이며 시장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날 발표가 기대 이하라고 평가했다. 특히 백악관이 해외 자산을 송금하는 데 일회성 과세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정확한 세율을 공개하지 않은 것이 시장을 실망하게 했다.
컨버젝스의 니콜라스 콜라스 수석 시장 전략가는 투자전문매체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시장은 세율과 감면에 대해 더 세세한 공개를 기대하고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송금세는 기자회견에서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기업 실적은 혼조됐다. 항공기 제작사 보잉(Boeing)은 1분기 매출 감소를 발표하고 0.98% 하락했으며 프록터앤갬플(P&G)도 실적 부진으로 2.51% 떨어졌다.
반면 소셜네트워크 트위터의 주가는 기업공개 후 첫 전년 대비 매출액 감소에도 사용자가 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7.91% 상승했다.
유가는 소폭 상승에 그쳤다. 미국의 원유 재고가 예상보다 크게 감소했지만 상품 재고가 증가하면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6월물은 전날보다 6센트(0.12%) 상승한 49.62달러에 마쳤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특파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