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조정국 등 힘센 정책라인 '울고'...존재감 약하던 국제금융라인 '웃고'
유일호 부총리, 국제신용등급 상향 등 국제라인에 힘실어
[세종=뉴스핌 이고은 기자] 대선을 앞두고 기획재정부 내부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공무원들의 성과급이 달려있는 기재부의 국 단위 성과평가 결과가 나오면서 해외를 상대로 한 국제금융라인은 웃음을 짓는 반면 국내 경제를 주무르는 정책조정라인은 울상을 짓고 있다.
◆ ‘힘있는 정책라인’은 울고, ‘존재감 낮던’ 국제라인은 웃고
26일 정부관계자에 따르면 기재부 국 단위 성과평가에서 지난해 국제금융라인이 높은 평가를 받고, 경제정책 조정라인은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금융라인은 기재부 내에서 국제금융정책국과 국제금융협력국이 대표적이다. 국제금융라인은 금융위기나 외환위기 등 해외발 돌발변수가 불거져 국내 경제를 위협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기재부 내에서 큰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반면 경제조정국 등 경제정책 조정라인은 각종 정책의 우선 순위를 선별하는 등 국내 경제정책에서 ‘힘있는 라인’으로 대접받는다.
그렇지만 막상 부처 평가를 받아보니, 평소 ‘막강 파워’라던 경제정책 조정라인은 낮은 평가를 받고, ‘존재감 부재’라던 국제금융라인이 높은 평가를 받게 돼 웃음과 울음이 교차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 개인이 잘해도...실국별 평가에 좌우
성과평가 결과는 공무원 개인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기재부는 개인별로 업무성과평가를 진행해 S, A, B, C 등급을 부여하고, 등급에 따라 최대 600만원에서 0원까지 성과급을 차등 지급한다.
개인별 업무성과 평가는 개인도 잘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기재부가 국 단위로 진행하는 실국별 평가의 비중이 크게 작용한다. 이 때문에 자신이 속한 국의 평가에 따라 공무원들의 한숨과 웃음이 교차하는 것이다.
국별 성과평가는 교수 등 자문위원으로 구성된 외부 평가기관과 기획조정실의 정책기획관, 인사과가 참여한다. 중요한 대목은 기획재정부 장관인 유일호 부총리의 평가가 상당한 역할을 한다는 것.
기재부 내에서는 국제경제라인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유일호 부총리의 신임이 두텁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많다.
유일호 부총리는 지난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사상최고를 경신한 점에 대해 국제경제라인의 공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국제신용평가사인 S&P(스탠다드앤푸어스)는 지난해 8월 한국의 신용등급을 AA로 상향조정했다. 영국, 프랑스와 같고 일본보다 높은 등급이다. 또 다른 평가사인 무디스도 11월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Aa2로 유지했다.
양대 국제신용평가사가 높은 등급을 주면서 한국은 외화유동성과 대외신인도에서 신뢰를 받는 나라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같은 공로 때문에 국제경제라인의 한 고위공무원은 1차관 하마평에도 유력하게 오르내리고 있다.
원래 1차관은 경제정책라인 몫으로 국제경제라인에서 차관을 내는 것은 흔치 않다. 금융위기처럼 해외발 돌풍 등 국제적으로 큰 이슈가 있을 때 외에는 ‘거의 없다’고 보는 시각이다. 국제금융국 출신으로는 신제윤 전 차관이 금융위기를 잘 대처한 공로로 2011년 1차관에 오른 경우다.
◆ 좋은 정책상 받으면 뭐하나...낮은 평가 부서는 ‘불만고조’
성과평가를 잘받은 국제라인과 달리 정책라인에서는 내부 불만이 고조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유일하게 정책 MVP상을 두 개나 받은 정책조정국은 정작 기재부 내 성과에서는 낮은 평가를 받아 속앓이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조정국은 지난해 연말 한해의 정책 중 일반국민가 정책전문가, 기자단의 투표를 받아 뽑는 우수정책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춘 반려동물 종합대책 △지역에 산업새살을 돋게하는 규제프리존 도입 등 2개 부문의 정책 MVP를 수상했다.
정책 MVP상을 받았다고 반드시 실국 성과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라는 법은 없지만, 좋은 정책을 냈다고 인정받았는데도,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평가에서 밀리자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이다.
기재부 기획조정실 고위관계자는 "지금은 국별로만 평가를 하고 외부에 공표하지 않고 있다“며 ”하지만 내년부터는 실국별 평가 대신 과별로 평가를 하고 결과까지 공개해 오해없는 피드백이 나오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고은 기자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