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소영 기자] 중국 시장에서 '토종 스마트폰' 열풍을 일으키며 삼성·애플을 위협했던 중국 스마트폰 업계가 고사양 핵심 부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고급화 전략 추진에 애를 먹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화웨이의 최신작 P10이다. P10은 올해 3월 말 발표된 화웨이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제품이다. P10 시리즈가 공식 발표된 후 중국 스마트폰 업계와 매체는 화웨이의 기술력과 P10의 기능에 찬사를 쏟아냈고, P10은 중국산 스마트폰의 프리미엄 시대를 본격화할 것처럼 보였다. 판매가도 중국산 스마트폰으로는 드물게 3500~5588위안(약 57만원~91만원)의 높은 수준으로 책정됐다.
그러나 '영광'도 잠시, P10 시리즈가 eMMC와 UFS의 다른 플래시메모리를 혼합 탑재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화웨이에 비난의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플래시메모리는 스마트폰의 구동 속도와 관련이 있는 핵심 부품으로 UFS가 eMMC칩 보다 구동 속도가 훨씬 빠른 것으로 평가받는다.
화웨이가 eMMC 칩과 UFS칩 탑재 P10 시리즈 제품을 동일한 가격에 판매하고, 기능 테스트는 최고 성능을 가진 UFS 제품으로 진행하면서 소비자를 우롱했다는 비난을 받게 된 것.
위청둥(餘承東) 화웨이 소비자업무 부분 CEO는 화웨이가 P10 시리즈에서 UFS와 eMMC 두 종류의 칩을 사용한 것은 UFS 플래시 메모리칩의 공급 부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자 위 CEO는 웨이보(중국의 SNS)에서 "P10 스마트폰이 전 세계적으로 잘 나가는 걸 질투한 협력사들이 화웨이를 음해하고 있다"는 발언을 통해 플래시메모리를 원활히 공급해주지 않은 협력사에 책임을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사건 발생 초기에는 화웨이의 신뢰성이 문제가 됐지만, 중국 산업계는 화웨이의 P10 '메모리 스캔들'로 핵심 기술력이 부족한 중국 스마트폰 업계의 '민낯'이 드러났다며 개탄하고 있다.
현재 최고의 성능을 가진 UFS2.1의 주요 공급상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도시바 등 외국기업이다. 특히 낸드 플래시 시장에서는 삼성(33.6%)와 SK하이닉스(10.1%)의 한국 기업이 전체 시장의 절반을 장악한 상태다.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기기의 고사양 추세가 확산되면서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플래시메모리의 수요 증가와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고사양 플래시 메모리를 수입에 의존하는 중국 스마트폰 업계가 부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중국 증권일보(證券日報)는 중국의 스마트기기 업계가 한국의 기술력에 '발목'이 잡혔다며, 화웨이뿐만 아니라 상당수 중국 스마트폰 업계가 플래시 메모리 조달난으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됐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상당한 규모를 자랑하는 한 스마트폰 기업도 한국 반도체 업체로부터 충분한 플래시 메모리를 조달하는데 실패, 플래그십 제품의 출시를 연기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중국 기술력 진보의 상징이자 자랑이던 화웨이도 '삼성'의 기술력에 의존하지 않고는 최고 사양의 스마트폰을 대량 생산할 수 없다는 사실에 중국 산업계와 소비자들은 적지않은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중국 반도체 선두 기업이 칭화유니가 플래시 메모리 연구개발에 착수했지만, 빨라도 2019년이 되야 양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중국의 스마트기기 산업 전문가 샹리강(項立剛)은 "고사양 스마트기기의 핵심 부품 기술은 삼성 등 극소수 기업이 독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곡면 디스플레이, OLED 패널 및 플래시 메모리까지 고급 스마트기기에 빠질 수 없는 중요 부품의 기술을 모두 삼성이 장악하고 있어 관련 기술이 부족한 중국 스마트폰 업계의 고급화 전략이 한계에 부딪혔다"고 지적했다.
샹리강은 "중국 기업뿐만 아니라 애플도 삼성의 기술력에 위협을 느끼고 협력사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면서 "중국 기업도 자체 기술력을 향상하는 동시에 협력사 다변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