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시보 "한·미가 북한 공격하면 중국도 군사 개입"
펜스 부통령 "핵추진 항모 칼빈슨호 수일내 동해 도착"
[뉴스핌=이영태 기자] '한반도 4월 위기설'이 오는 25일 북한 건군절(인민군 창건) 85주년을 향해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22일 한·미 양국이 북한을 공격하면 중국도 군사 행동을 개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 <사진=뉴시스> |
환구시보는 이날 '북핵 관련 미국 정부가 중국에 어느 정도 기대해야 하는지'라는 사설을 통해 "우리는 북한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있지만 북한이 듣지 않고,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와 한미 군사훈련의 동시 중단'을 제안했지만 한미 양국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환구시보(중국명 환추스바오)는 인민일보가 1993년 국제뉴스 전문보도를 강화하기 위해 100% 출자해 창간한 신문이다.
신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중국은 분명히 북한의 경제적 생명줄이며,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한다면 해결할 것"이라고 언급한 트위터의 내용을 소개하고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한발씩 전진하는 점진적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국이 고려하는 '외과수술식 공격'에 대해 중국은 외교적 수단으로 반대할 것"이라며 "만약 한미 양국이 38선을 넘어 북한에 공격을 가하고 북한 정권을 전복시키려고 하면 중국도 즉각 군사적 개입을 진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환구시보는 전날 사설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주석과의 회담에서 들은 내용이라며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더라"고 말한 것에 대해 "미국이 도대체 어떤 의미로 한 말인지 서울이 알고 싶다면 마땅히 워싱턴에 가서 찾아야지 베이징에 말하라는 것은 분명 틀린 방향”이라며 "한국은 왜 이렇게 민감하고 자신감이 없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 환구시보 "칼빈슨호 항로 논란으로 트럼프 허세 드러나"
이 신문은 지난 20일 '항모 거짓 한반도행, 트럼프의 위엄을 훼손했다'는 사평(社平)에선 미국이 항공모함 칼빈슨호의 항로를 거짓으로 발표했다는 논란에 대해 "칼빈슨 스캔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허세를 보여준 사례"라며 "이번 일이 어떻게 발생했는지와 관계없이 트럼프 대통령이 허풍이 센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고의로 허장성세를 부렸을 가능성은 작다는 게 전략분석 학자들의 의견"이라며 "고의가 아니라면 당시 미국 관료들이 혼란을 겪었거나 부서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최고위층 관료와 실무진 사이에 오해가 있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북한이 김일성 전 주석 생일인 태양절(4월 15일)을 전후에 6차 핵실험을 하지 않은 것이 이번 논란과 관련 있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미국은) 거짓 위협이 효과가 나쁘지 않자 이를 밀고 나가다가 결국 들통이 났다"고 꼬집었다.
또한 "이번 스캔들이 미국이 고도로 중시하는 미군의 위협력을 침식시켰다"며 "북한이 속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후 미국의 전쟁 위협에 더 많은 의심을 낳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16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예로 든 환구시보는 "비록 발사가 실패했지만, 트럼프의 위협이 말 뿐인 게 됐다"며 "북한은 아마 자신들이 승리했다는 착각을 하게 되고, 이는 새로운 모험이 보복당할 확률을 저평가하게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문은 북한을 향해서도 "이번 논란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군사력을 사용하는 능력이 아직 완벽하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그가 말뿐이고 실행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며 "여론의 비난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위엄을 다시 세우려 할 가능성이 크므로 북한도 심사숙고해 행동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 해군은 지난 9일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호주로 가는 예정된 일정을 건너뛰고 서태평양으로 향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칼빈슨 항모전단은 남태평양에 머물면서 호주와의 연합훈련을 마치고 지난 19일에야 동해 쪽으로 기수를 돌려 한반도로 이동중인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불거졌다.
칼빈슨호 항로 변경과 관련, 호주를 방문 중인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22일 맬컴 턴불 호주 총리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면서 칼빈슨호가 수일 내 동해에 도착할 예정이라며"우리 생각으로는 이말 달보다는 이른, 수일 내에 일본해(동해)에 당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 북한, 아태평화위·외무성 담화 통해 미·중 대북 압박공조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7일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사진=AP/뉴시스> |
한편 북한은 지난 21일과 22일 노동당 외곽기구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대변인 성명과 외무성 대변인 담화, 개인 명의의 논평,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논평 등을 통해 이달 초 미·중 정상회담 이후 북핵 압박공조를 강화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을 향해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아태평화위 대변인은 북한이 "수소탄으로부터 대륙간탄도로켓(ICBM)에 이르기까지 가질 것은 다 가지고 있다"며 평화를 위해 '특단의 선택'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위협했다. 특단의 선택은 6차 핵실험이나 ICBM 시험발사 등 전략적 도발을 의미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무성 대변인도 "미국이 우리와의 대결을 바란다면 끝까지 가보자는 것이 우리의 확고부동한 의지"라며 초강경 대응에는 '불의적인 선제타격'도 포함돼 있다고 위협했다.
북한은 북한산 석탄 수입을 반송하는 등 미국과의 공조를 강화하고 있는 동맹국 중국을 향해서도 불만을 표시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정필'이란 필명의 논평에서 "만일 그들(중국)이 우리의 의지를 오판하고 그 누구의 장단에 춤을 계속 추면서 우리에 대한 경제제재에 매여달린다면 우리의 적들로부터는 박수갈채를 받을지 모르겠지만, 우리와의 관계에 미칠 파국적 후과(결과)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북한 관영매체가 중국을 직접 비판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 정부 관계자 "'한반도 4월 위기설' 너무 근거 없는 얘기"
정부 고위관계자는 오는 25일 북한 건군절을 앞두고 북미 간 대치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 대해 "한반도 4월 위기설은 너무 근거가 없고 한미동맹이 대응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의 한반도 정책이나 대북정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과의 공조"라며 "(선제공격이나 전쟁이 아닌 평화적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한국의 정책은 확고하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매년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진행되는 기간 중 반복되는 '한반도 4월 위기설'은 오는 25일 북한 85주년 건군절이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미국 칼빈슨호 항모 전단이 한반도 인근 해역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되는 25일을 전후해 북한이 전략적 도발을 감행할지 여부가 일차적 관건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북한이 지난 15일 김일성 전 주석 생일인 태양절에 전략적 도발을 감행하지 않았고, 지난 11일 최고인민회의 산하에 외교위원회를 복원하는 등 대외관계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한반도 위기의 평화적 해결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남북과 미국, 중국 등 한반도 당사국 및 주변국들의 평화의지가 중요한 시점이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