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지진 때 전기차단, 주변 ‘암흑’
어두울 때 가장 잘 보이는 색 ‘초록’
터널조명, 태양빛과 비슷한 ‘황등색’
[뉴스핌=황유미 기자] 인간은 하루에 3000만~3만5000개의 색을 인식하며 살아간다고 한다. 우리가 바라보는 모든 사물에 색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색은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백의민족(白衣民族), 블루칼라(생산직 노동자를 뜻하는 말), 황색 저널리즘 등 우리 일상생활 단어 곳곳에도 색의 원리와 의미들이 곳곳에 숨어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일상에서 자주 사용되는 색과 그 원리, 의미를 짚어봤다.
초록색 비상구. 게티이미지뱅크 |
◆ 비상구는 왜 초록색인가?
비상구의 초록색은 '화재나 지진 등 갑작스러운 사고가 났을 때 급히 대피할 수 있도록 특별히 마련한 출입구'라는 본질적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선택됐다. 어두운 상황에서 가장 잘 인식되는 색이 초록색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색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망막의 시세포 덕분이다. 시세포는 간상체와 추상체라는 두 가지 세포로 구성돼 있다. 빛이 많지 않은 어두운 곳에서는 간상체가 흥분해 빛을 느끼고, 강한 빛이 존재하는 밝은 장소에서는 추상체가 빛을 감지한다.
화재, 지진 등의 상황에서는 전기가 차단되기 마련인데 이런 어두운 환경에서 빛을 감지하는 간상체가 가장 잘 받아들이는 빛이 바로 '초록색광'이다. 간상체에 존재하는 로돕신(Rhodopsin)이라는 색소가 파장이 500nm(나노미터)인 초록색광을 잘 흡수하기 때문이다. 반면 파장이 650~670nm인 적색(赤色)빛은 잘 흡수하지 못한다.
평소 눈에 잘 띄던 '빨간색'이 어두운 곳에서는 잘 보이지 않게 되고, 오히려 초록색이 눈에 잘 보이게 되는 이유다.
터널 내부에 주황색 조명을 사용하는 것도 빛에 대한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다.
나트륨램프가 발산하는 황등색(주황색보다 조금 더 노란색) 빛은 태양빛에 가장 가깝다. 파장도 긴 편이어서 어두운 곳에서 가장 빨리 퍼지고 산란도 덜 된다. 먼지가 많아 빛이 산란되기 쉬운 터널에 제격인 것이다.
또 사람 시력이 가장 빨리 적응해 사물을 볼 수 있도록 돕기도 해 어두운 터널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유미 기자 (hu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