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수주·비용절감으로 '흑자회사' 탈바꿈 필요
"매출 7조 회사로 다운사이징후 빅2체제로 가야"
[뉴스핌=조인영 기자] 대우조선이 벼랑 끝에서 살아났다. 법정관리인 P플랜을 피해 2조9000억원의 신규자금을 수혈받게 된 것.
17일과 18일 열린 사채권자집회는 5회차 모두 무난하게 통과됐다. 일부 개인투자자들의 질의가 길어지면서 전날 3회차 집회는 2시간을 훌쩍 넘기기도 했지만 표결을 시작하자 채권 비중이 높은 기관투자자들이 97% 이상의 압도적인 찬성률을 보이며 채무재조정안에 힘을 실었다.
주요 기관은 국민연금 외에 우정사업본부, 사학연금, 수협, 중기중앙회, 농협, 한국증권금융, 신협, 교보생명, 산업은행 등이다. 이들은 회사채 50%는 주식으로 전환(출자전환)하고 나머지는 3년 후 상환하는 채무조정안에 동의했다. 이로써 대우조선은 채권단으로부터 2조9000억원의 신규자금을 지원받고 경영정상화에 나선다.
재무 상황에 숨통이 트인 대우조선은 이제부터 자력 생존에 집중해야 한다. 우선 경영리스크를 불러일으킨 '소난골' 드릴십을 정상 인도해야 한다. '시드릴' 드릴십 2척 인도도 2018년과 2019년으로 예정돼 있다. 선박이 모두 인도되면 약 2조원의 현금이 유입된다.
야말(Yamal) LNG선 매출은 올해 일부 발생한다. 앞서 대우조선은 2014년 야말프로젝트 당시 5조원 규모의 쇄빙LNG선 15척을 수주했고, 이중 1척을 연내 인도할 예정이다. 선박 외에 해양플랜트 인도도 예정돼있다. 소난골을 제외하고 올해 인도하는 플랜트는 총 5기로, 스케줄이 정상 진행되면 대우조선 지원의 주요 원인이 됐던 '자금 미스매치(수급 불일치)' 우려는 당분간 해소될 전망이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팀장은 "인도되지 않은 시추선을 헐값으로 넘기는 대신 대한석유공사의 노후 시추선 '두성호'대신으로 교체하는 등 자금이 선순환적으로 조선업체에 흘러가도록 유동성 문제를 완화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속 경영을 위해선 수주 정상화가 관건이다. 대우조선은 과거 부실의 원인인 플랜트 비중을 줄이는 대신 상선과 특수선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대우조선은 "LNG선 등 경쟁력을 가진 선종 중심으로 매출 포트폴리오를 구성, 흑자 전환하겠다"며 "지난 2월 말 기준 수주잔량 108척 중 50척이 액화천연가스운반선(LNGC)과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재기화설비(FSRU)"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 연구원은 "남은 일감의 공정 최적화로 비용절감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에 가장 유리한 사업은 LNG 이중 연료체계를 갖춘 대형 유조선이나 벌크선"이라며 "2020년 환경규제를 대비해 우량 수주 확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구안 이행에도 속도를 내야한다. 대우조선은 내년까지 총 5조3000억원 규모의 자구노력을 추진중이다. 전체 7개 도크(건조된 선박을 바다에 띄우는 시설) 중 2개를 매각했고 내년까지 2개 도크와 해상 크레인을 추가로 팔 계획이다. 이 외에도 DK선박 매각으로 2506억원, 부동산 임대업체 FLC 매각으로 445억원을 확보했고, 서울사무소(1700억원)와 마곡부지 (586억원), 디섹(700억원)도 모두 팔았다.
이렇게 진행된 자구안은 현재까지 34%의 이행률을 보이고 있다. 내년까지 5조3000억원을 달성하려면 속도를 더 내야한다. 대우조선은 남은 자산을 모두 매각하고 인건비 25%를 추가 감축해 연매출 7조원의 '작지만 단단한 회사'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도 "대우조선을 이렇게 다운사이징하면 국내 조선사도 인수할 만한 규모가 된다"고 언급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 구조조정에 대한 비판 시각이 당분간 끊이지 않겠지만 우량회사로 먼저 전환된 뒤 '빅2'로 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신규자금 지원이 확정된만큼 이제부터는 모든 책임이 대우조선에 있다는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조인영 기자 (ciy8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