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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펀드' 포장옷 벗겨보니...판매보수 유지 어려워 만든 '고육지책'

기사입력 : 2017년04월07일 14:00

최종수정 : 2017년04월07일 14:12

은행 수익구조, 단순 수수료 기반에서 성과따른 보수로 전환되나

[편집자] 이 기사는 4월 7일 오전 11시12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뉴스핌=박민선 기자] '수익 성과가 낮으면 보수도 낮추겠습니다.'

이른바 '양심펀드'로 불리는 성과 연동형 펀드가 화제다. 양심펀드란 해당 펀드 수익률이 6개월, 1년을 기준으로 제시한 목표수익률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판매보수는 물론, 운용보수도 낮춘다는 것이 기본 콘셉트다. 그동안 투자손실을 보더라도 꼬박꼬박 보수를 지급해야 했던 고객들의 억울함을 달래주는 상품이라는 이미지가 부각되면서 은행 창구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운용보수는 1년을 기준으로 목표수익률 미달시 일정 수준을 인하하는 반면 판매보수는 6개월 단위 인하 구조를 내걸었다는 점에서 판매사들이 큰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 "고객과 함께하겠습니다"…목표수익률 달성 따른 보수 차등화 시도

지난달 말 KB국민은행이 판매한 펀드 2종(KB든든한 중국본토 가치주 목표전환펀드, 키움 든든한 스마트인베스터 분할매수 목표전환펀드)은 5일 만에 50억원어치가 판매됐다. 앞서 KB자산운용과 손잡고 출시한 금펀드(30억원) 등을 고려하면 최근 판매 규모만 100억원 가량에 달한다.

KB국민은행뿐이 아니다. 신한은행을 포함한 국내 은행들은 비슷한 상품들을 잇달아 내놓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금융당국이 성과에 따라 보수를 지급하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하겠다며 개정한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법제처 심사를 미처 통과하지 못한 상황에서 판매사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고객수익률과 관계없이 수수료가 부과되는 데 대한 투자자 불만이 있었기에 투자 성과가 낮을 경우 이를 분담하고, 고객 수익률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가 전부는 아니라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의 판매보수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자본시장의 환경 변화가 맞물리면서 고육지책으로 인하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 '못난 펀드'에 등 돌린 고객님, 이대론 안 돼!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펀드시장의 위축이다. 지난해 액티브펀드의 평균수익률은 2.33%에 그치면서 코스피 수익률(3.32%)에도 미치지 못하는 한계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1% 안팎의 수수료를 내야 해, 공모펀드에 대한 반감이 커졌다. 잇따른 자금 이탈 및 신규 펀드 가입자 감소 등은 판매사들의 수익에도 큰 타격을 입혔다. 시장 전문가들에 따르면 각 은행이 펀드 판매에 따른 수익은 지난해에만 10%가량 줄어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은행들은 한때 펀드 1개를 판매하더라도 매년 1% 이상의 판매보수를 떼어갔다. 현재는 대부분 1% 미만으로 낮아진 상태. 하지만 여전히 상당수 펀드는 자산을 운용하는 대가로 자산운용사들이 취하는 운용보수보다도 최대 2배 가까운 판매보수를 유지하고 있어 추가 인하 필요성은 목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한 은행 WM담당 임원은 "펀드 판매수수료가 줄어드는 추세라 수수료 수익에 대한 은행 전반의 의존도 감소는 자의 반, 타의 반인 경향이 없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고객들과 직접 대면하는 판매사로선 공모펀드들의 성과가 좋지 않다는 비판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만큼 이런 정책을 통해서라도 고객에게 펀드를 권유할 수 있는 보완 장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 은행 PB팀장은 "고객들에게 펀드 판매를 권하는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인데 이런 상품은 고객과 내가 공동 운명체라는 이미지를 주므로 권유시 부담을 더는 효과가 있다"며 "비슷한 펀드더라도 판매보수가 인하되는 상품과 아닌 상품으로 고객에게 한 번 더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것만으로도 신뢰 회복의 단초가 되는 셈"이라고 귀띔했다.

◆ IFA 도입+판매보수 '제로' ETF 활성화 등 환경 변화

조만간 도입 예정인 독립투자자문업자(IFA) 제도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활성화 등 펀드시장의 변화도 은행의 기존 판매보수 정책 유지를 힘들게 하는 부분이다.

IFA는 특정 금융회사에 소속되지 않은 채 중립적 지위에서 투자자에게 자문서비스를 제공하는 집단을 가리킨다.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고객들은 투자 자문을 통해 판매 보수가 저렴한 온라인 펀드 가입이 훨씬 쉬워진다. 특히, 투자자가 오프라인 창구에서 별도의 투자 설명 없이 펀드 가입이 가능한 '클랜클래스' 시행시 투자자가 지급해야 하는 판매보수는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투자 대안으로 꾸준히 각광받고 있는 ETF 시장의 확대도 은행으로선 부담이다. 지난해 순자산총액 25조원을 돌파한 ETF 시장은 올해 30조원대 성장이 전망될 정도로 투자자의 강한 수요를 방증하고 있다. 저금리 시대 비용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 ETF 시장의 성장세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

일평균 거래대금이 두 자릿수대 성장을 보이는 가운데 판매보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국내주식형펀드와 투자대상이 겹치는 국내 ETF의 거래는 더 큰 폭으로 거래량이 증가하는 추세다.

투자 경험이 많은 고객들의 경우 판매보수가 '제로'인 ETF를 두고 고정 비용이 발생하는 펀드를 고집해야 할 이유가 많지 않다. 각 자산운용사는 올해도 다양한 유형의 새로운 ETF 출시를 계획하며 공모펀드 시장 위축과 대조적으로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펀드 수익률이 낮아지면서 고객들이 저비용 상품을 찾는 경향이 강화돼 은행들이 기존 커미션을 기반으로 한 수익 구조를 유지하기가 힘들어진 측면이 있다"며 "현 구조로는 버틸 수 없는 만큼 판매사들로서도 새로운 진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뉴스핌 Newspim] 박민선 기자 (pms071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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