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불발에 국경세 난항..공약 이행 난망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공약에 해당하는 세금 인하가 표류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헬스케어 법안의 불발에도 뉴욕증시가 버티는 것은 세금 인하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여전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시장을 긴장시키는 사안이다.
도널드 트럼프 <사진=AP> |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기간 제시한 법인세 손질폭은 기존의 35%에서 15%로 내린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세제 개혁안이 의회의 표결에 부쳐지기도 전에 이미 수치는 여러 차례 수정됐다.
공식 취임 직후 포드와 록히드마틴 등 미국 주요 제조업체 경영자들과 백악관에서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법인세를 15~20% 선으로 낮출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폭적인 세금 인하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큰소리 쳤던 그가 슬그머니 한 발 물러선 셈이다.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세금 인하 폭은 더욱 축소됐다는 것이 소식통의 얘기다. 28일(현지시각) CNBC는 백악관 실무자들을 인용해 새로운 법인세가 20%를 웃도는 선에서 개정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상황은 이른바 오바마케어 폐지가 좌절된 데 따라 더욱 악화됐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세금 인하에 따른 재정적자 확대를 방지하기 위해 동원됐던 복안이 헬스케어 법안 개정이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재정 중립적인 세금 인하를 위한 또 한 가지 축인 이른바 국경세 역시 도입 가능성이 날로 떨어지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법인세 15% 공약은 사실상 좌초됐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을 포함해 주요 정책자들이 국경세를 도입할 경우 관련 교역국의 보복 행위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 지극히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달러화 <출처=블룸버그> |
조세 개혁을 위한 미국인(American for Tax Reform)의 그로버 노르키스트 대표는 CNBC와 인터뷰에서 “헬스케어 법안 통과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 재정적자를 늘리지 않고 시행할 수 있는 법인세는 28%”라고 주장했다.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세제 개혁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시도했던 것과 전혀 다르지 않은 셈이다.
지난 2012년 오바마 전 대통령은 법인세를 28%로 인하하는 방안을 제안했고, 2013년에도 같은 주장을 펼치며 제조업계의 세금을 25%로 떨어뜨리는 개정안을 제안했다.
이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오바마 전 대통령은 법인세 인하를 시도했지만 공화당이 이를 묵살했다. 결국 공화당은 5년 전 자신들이 퇴짜를 놓은 세제 개혁안을 놓고 협상을 벌이게 될 상황이라는 얘기다.
이는 금융시장의 기대와 극명하게 엇갈리는 것이다. 뉴욕증시가 천정부지로 뛴 것은 대대적인 세금 인하가 기업의 고용과 투자를 크게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에서 비롯된 결과다.
뿐만 아니라 월릿허브에 따르면 S&P100 지수에 편입된 기업들의 실효 세율은 이미 28% 가량인 것으로 파악됐다.
폴 라이언 연방 하원의장은 최근 헬스케어 법안 통과가 실패한 데 따라 세제 개혁안의 의회 승인이 더욱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됐다고 밝혔다.
가뜩이나 투자자들 사이에 회의적인 시각이 번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하는 법인세가 전문가 예상과 일치할 경우 주가에 날개를 달아 준 공약이 실상 속 빈 강정으로 드러날 경우 주식시장의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경고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