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세혁 기자] 사방이 얼어붙은 극한의 공간일지라도 결코 외롭지 않으리. 서로를 향한 따스한 숨결이 있기에.
'큐어'의 데인 드한과 '오펀 블랙'의 타티아나 마슬라니의 만남으로 관심을 모은 '투 러버스 앤 베어'가 3월 국내 팬들과 만난다. 척박한 북극 접경 마을의 연인 로만과 루시의 이야기를 담은 '투 러버스 앤 베어'는 남녀의 사랑을 독특한 시각으로 해석해 영화팬들의 기대를 받아왔다.
'투 러버스 앤 베어'는 아픈 가족사를 가진 로만과 루시가 맞게 되는 커다란 변화를 통해 사랑의 가치를 논한다. 극한의 땅에서 서로를 의지하던 둘의 관계는 루시가 대학에 합격하면서 급격하게 균열되는데,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제법 흥미롭다.
킴 누옌 감독은 로만과 루시가 갈등을 극복하는 과정을 굉장히 액티브하게 전개한다. 일단 캐릭터 자체가 변화무쌍하다. 치명적 매력으로 국내에도 팬을 거느린 데인 드한이 특히 그렇다. 더없이 다정한 로만은 연인 루시가 도망치듯 남부로 떠나려 하자 돌변한다. 한 얼굴에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데인 드한의 표정연기는 때론 멜로보다 스릴러에 가깝다.
영화가 중후반으로 가면서는 타티아나 마슬라니가 극의 긴장감을 쥐락펴락한다. 과거로부터 벗어나지 못해 매일 밤 악몽을 꾸는 루시는 결과적으로 로만의 삶에까지 엄청난 영향을 주며 객석을 긴장하게 만든다. 두 캐릭터가 자아내는 묘한 스릴은 폐허가 된 군사시설 안에서 극대화된다.
서로를 상처를 입히면서도 진정으로 사랑했기에 견딜 수 있었던 두 사람의 여행은 적잖은 것을 느끼게 한다. 따뜻한 남쪽, 희망을 찾아 떠나면서도 어딘가 절망이 묻어나는 로만과 루시의 로맨스가 애처롭다. 두 사람의 여행은 '얼어붙은 세상의 끝, 단 하나의 사랑'이라는 메인카피와 정말 잘 어울린다.
이 영화에는 제목이 암시하듯 북극곰 한 마리가 등장한다. 로만과 대화가 가능한 이 곰은 감독이 하루키 소설에서 영향을 받아 끼워 넣은 영화적 장치다. 아픔을 뒤로 하고 따뜻한 남부로 떠난 로만과 루시를 이따금씩 찾아오는 곰의 이야기가 나름 철학적이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사진=팝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