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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CEO] ‘희비’ 엇갈린 중국 재계총수 10인 경영 성적표(하)

기사입력 : 2017년03월20일 07:10

최종수정 : 2017년03월20일 07:10

[편집자] 이 기사는 3월 17일 오후 5시37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뉴스핌=배상희 기자] 과거 거대한 시장과 값싼 노동력으로 대변됐던 중국의 경쟁력은 이제 중국 대표 기업과 브랜드, 그들의 기술력으로 입증된다. 스마트폰 업계 강자로 떠오른 화웨이를 비롯해, 전세계 전기차 시장의 왕좌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비야디(BYD), ‘드론의 제왕’으로 전세계 하늘을 점령한 다장(大疆∙DJI)까지. 하루가 다르게 경쟁력을 키워가는 중국 기업들은 전세계 다양한 분야에서 ‘차이나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탄생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기업을 이끄는 리더들의 역할이다. 지난해 일부 기업 대표들은 뛰어난 리더십을 바탕으로 '빛나는' 금자탑을 세운 반면, 일부는 뜻하지 않은 장애물에 부딪치거나 부족한 역량으로 '암울한' 경영실적을 기록했다. 중국을 대표하는 기업과 그 기업을 이끄는 리더들의 지난 한 해 경영 성적표를 상∙하로 나눠 조명해본다.

◆ 상하이자화 셰원젠 ‘기업 실적악화에 쓸쓸한 퇴장’

셰원젠(謝文堅) 상하이자화 대표. <사진=바이두>

119년의 전통을 가진 중국 대표 화장품 브랜드 상하이자화(上海家化)는 지난해 업적과 주가 하락의 악재에 시달려야 했다. 이와 함께 셰원젠(謝文堅) 상하이자화 대표는 기업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현재까지 상하이자화의 2016년 재무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현지 매체에 따르면 영업수익은 53억위안으로 전년도(58억4600만위안) 대비 소폭 줄어들고, 순이익은 2억2600만위안으로 전년도(22억1000만위안) 대비 90%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기업실적 악화의 대가는 컸다. 지난해 11월 셰 대표는 취임 3년만에 상하이자화 총수 자리에서 물러났고, 그 뒤를 이어 중국 최대 제지그룹 빈다(Vinda, 維達) 집행이사 겸 수석집행관으로 재직했던 장둥팡(張東方)이 신임 대표로 취임했다. 

상하이자화는 중국 본토 화장품업체 최초로 A주에 상장한 기업으로 유명하다. 외자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상하이자화는 류선(六神), 메이자징(美加凈) 등 다양한 브랜드를 양산하며 중국을 대표하는 화장품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지난 2013년 거원야오(葛文耀) 이사장이 대주주 핑안신탁과 불화에 휩싸이며 퇴임을 하고, 존슨앤존슨 메디컬컴퍼니 중국 대표였던 셰원젠을 대표로 영입한 이후부터 상하이자화의 위기가 시작됐다.

2013년 취임 당시 셰 전 대표는 2018년까지 판매수익을 120억위안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목표도 제시했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까지 상하이자화가 거둬들인 수익은 목표치의 3분의 1에 불과한 42억8700만위안에 그쳤다. 시장 투자자들은 실적악화의 원인이 셰 회장의 경영방식에 있다고 지적한다. 외국계 회사 출신인 셰 회장과 임원진이 중국 기업 문화를 고려하지 않은 채 독자적인 방식으로 기업을 운영했다는 것이다. 

◆ 디디추싱 청웨이 ‘우버 삼키고 고속질주, 정부 규제로 급제동’

청웨이(程維∙35) 디디추싱 대표. <사진=바이두>

중국의 대표적인 차량 호출 서비스 업체 디디추싱 청웨이(程維∙35) 대표는 지난해 동종업계 세계 1위인 우버의 중국법인을 인수하며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중국판 우버’의 꼬리표를 과감히 떼어버린 디디추싱은 우버차이나 인수를 통해 명실상부 중국 대표 차량공유 업체로의 입지를 굳혔다.

디디추싱은 지난해 우버차이나를 인수한 이후 93.1%까지 시장 점유율을 높였으며, 기업가치 400억달러의 데카콘기업(기업가치 100억달러 이상)으로 성장했다.

순탄하기만 했던 디디추싱의 고속질주는 지난해 중국 정부가 내놓은 규제책으로 잠시 브레이크가 걸렸다. 대도시에서 차량호출 서비스 업체 기사로 일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의 후커우(戶口·호적)를 소지해야 한다는 규제로, 디디추싱 소속의 1500만명에 가까운 기사들이 자격을 부여 받지 못하게 된 것.

하지만, 디디추싱은 자율주행차 개발에도 뛰어들며 전세계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디디추싱은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한 인공지능(AI) 연구소를 설립하며, 자율주행차 시장 및 해외시장 진출의 출사표를 던졌다. 이번에 설립한 연구소는 AI에 기반을 둔 자율주행자의 운전 및 보안시스템 연구에 중점을 둘 전망이다. 

최근 청 대표는 교통 혁명을 선도하는 세계적 과학기술 회사가 되는 동시에, 스마트 교통 서비스 제공업체로 거듭나겠다는 올해의 목표도 제시했다.

◆ 메이쭈 황장 ‘화웨이∙비보∙오포 경쟁력에 빛 바래’

황장(黃章∙41) 메이쭈 대표. <사진=바이두>

저가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메이쭈(魅族) 황장(黃章∙41) 대표에게 있어 2016년은 화웨이, 오포(OPPO), 비보(VIVO) 등 중국 동종업계 브랜드에게 큰 도전을 받은 한 해였다. 

지난 한 해 메이쭈의 스마트폰 판매실적은 양호했다. 스마트폰 판매량은 총 2200만대로 전년도(2000만대)와 비교해 10% 정도 증가했다. 현재 메이쭈의 자체 운영체제인 플라이미(Flyme) 이용자 규모는 5000만명으로, 핵심 부가가치 서비스 수익 창출원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높은 판매량에도 불구하고 메이쭈는 지난해 상반기 3억400만위안의 손실을 기록했다.

황 대표는 지난해 경영 목표로 ‘안정성장, 이윤창출, 기업공개(IPO) 추진’의 세 가지를 제시했다. 지난 2015년 기록한 적자를 수익창출로 전환하고, 2017년과 2018년에는 완전한 흑자를 기록하겠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메이쭈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세계 3위 스마트폰 업체로 부상한 화웨이, 삼성과 애플을 밀어내고 중국 시장을 접수한 오포와 비보 등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 동종업체들의 경쟁력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메이쭈는 지난 2003년 6월 MP3 플레이어 제품을 출시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06년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든 이후 2009년 첫 번째 스마트폰인 M8를 정식 출시하며 스마트폰 시장 경쟁에 나선다. 특히, 지난 2015년에는 알리바바로부터 6억5000만달러의 자금을 투자 받으며 또 한번 가능성을 입증했다. 하지만, 2015년 메이쭈는 전년대비 350% 증가한 20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했음에도, 1년간 10억3700만위안의 적자를 기록했다. 

◆ 완커 왕스 ‘경영분쟁 1년 후 남겨진 씁쓸한 승자’

왕스(王石∙66) 완커 회장. <사진=바이두>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완커(萬科∙Vanke)의 설립자 왕스(王石∙66) 회장은 지난해 바오넝(寶能) 그룹 야오전화(姚振華∙48)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으로 연일 언론매체에 등장한 인물이다.

‘완커-바오넝의 전쟁’(萬寶之爭)으로 불린 이 싸움은 지난 2015년 12일부터 시작됐다. 당시 바오넝그룹 계열사는 완커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추진하면서 완커 총 지분의 22.45%를 보유하게 됐고, 기존 최대 주주였던 화룬그룹(華潤集團, 지분 비중 15.29%)을 제치고 최대 주주 자리로 올라섰다. 하지만, 왕 회장이 ‘백기사’(M&A를 막으려는 우호주주 세력)와 함께 야오 회장의 적대적 인수 시도에 맞서면서, 완커의 최대주주 자리를 사이에 둔 1년여간의 싸움이 시작된다. 

완커와 바오넝을 비롯해 헝다(恒大)그룹, 안방(安邦)보험 등이 뛰어들며 혼전(混戰) 양상을 보였던 이 전쟁은 결국 완커의 제2대 주주였던 선전메트로(深圳地鐵)의 승리로 끝이 났다.

완커 경영권 분쟁의 결말은 이러하다. 올해 3월 16일 완커그룹의 3대 주주였던 헝다그룹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완커의 표결권 지분 15억5300만주(약 14.07%)를 선전메트로에 1년간 양도하기로 했고, 선전메트로는 앞서 화룬그룹으로부터 받은 15.31%의 지분을 포함해 총 38.4%의 지분을 보유하면서, 25.4%의 지분을 보유한 바오넝을 제치고 최대 주주가 됐다.

왕 회장은 결국 바오넝그룹으로부터 최대주주 자리를 수호하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지난 2015년부터 1년간 이어진 경영 싸움으로 인해 큰 도전과 위기를 맞이했다. 우선 지난해 6월 왕 회장을 비롯한 이사 12명은 바오넝그룹 주최 주주총회를 통해 전원 해고될 위기에 처한 바 있다. 또 지난해 12월 21일 기준 선전증시에 상장된 완커A는 한달 만에 1000억위안(약 16조4700억원)의 시총이 증발하기도 했다.

반면, 지난해 부동산 시장 활황 속에 완커의 전체 매출실적은 플러스를 기록했다. 지난해 들어 3분기까지 달성한 매출액은 2629억위안으로 전년동기대비 43.7% 증가했다. 영업수익과 순이익 또한 1170억5000만위안과 82억6000만위안으로 각각 47.1%와 20.5% 늘었다. 

◆ 바오넝 야오전화 ‘눈 앞에서 승기 뺏긴 기업사냥꾼’

야오전화(姚振華∙48) 바오넝그룹 회장.<사진=바이두>

선전(深圳) 소재 부동산 개발업체 바오넝(寶能)그룹의 야오전화(姚振華∙48) 회장은 ‘완커-바오넝 전쟁’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야오 회장이 ‘기업사냥꾼’으로 이름을 알린 것이 바로 완커 경영권 분쟁을 통해서다. 그는 지난 2015년 막대한 자금을 빌려 완커의 주식을 대거 매집, 22.45%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적대적 인수합병(M&A)을 통해 부를 축적해온 야오 회장은 완커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던 지난해 더욱 많은 재산을 늘리며 기업사냥꾼의 면모를 발휘한다.  

지난해 후룬(胡潤)이 발표한 2016년 부호순위에서 야오 회장은 1150억위안의 자산을 보유해 왕젠린 회장 일가, 마윈 회장 일가, 마화텅 텐센트 회장에 이어 4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완커 최대주주의 지위를 쟁탈함과 동시에 막대한 자산까지 축적하며 승승장구해온 야오 회장은 바오넝그룹 산하 첸하이생명(前海人壽)이 중국 당국으로부터 위법거래 행위로 제제를 받으면서 제동이 걸린다. 당시 보험 당국은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보험자본을 규제한다는 명목 하에, 첸하이생명의 유니버셜보험 판매와 3개월 내 새로운 상품 등록을 금지시켰다.

최대 수익원인 유니버셜보험에 대한 판매 규제 조치가 내려지면서 첸하이생명은 큰 타격을 입게된다. 지난 2013~2015년까지 전체 보험금 중 유니버셜보험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97.3%, 90.3%, 77.7%으로 대부분의 수익은 유니버셜보험을 통해 창출됐다. 완커 지분 인수금 또한 첸하이생명 보험금으로부터 나온 것으로 알려져있다. 

여기에 올해 2월 중국 당국은 첸하이생명 회장직을 맡고 있던 야오 회장에게 10년간 보험업 진출 금지라는 제제를 부여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자본시장의 큰 악어'(資本大鰐, 공격적인 투자로 큰 돈을 버는 금융시장의 큰 손)로 불리던 야오 회장에게 이 같은 처벌이 내려진 이후부터, 완커 경영권 분쟁의 승패는 이미 결론이 난 것이라고 평한다. 올해 3월 야오 회장은 결국 첸하이생명 회장직에서도 물러났다.

야오 회장은 지난 1997년 선전(深圳)에서 바오넝 그룹의 전신인 야채 도매상 신바오강(新保康) 실업으로 창업의 길에 들어선다. 2000년 바오넝그룹을 설립한 이후 수년간 부동산, 물류, 소액대출, 교육, 의료, 농업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갔다. 특히, 2003년 국유기업인 선예(深業)물류의 지분 40%를 매입한 뒤, 3년 뒤인 2006년 기업분할로 거액을 챙기면서 적대적 M&A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된다.  

[뉴스핌 Newspim] 배상희 기자(b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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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싣는 순서] 트럼프 100일의 승부1. 규제 대못 뺀다…AI·자율주행·은행업 '더 쉽고 빠르게'2. 압도적 격차를 향한 전격전...MAGA 휘날리며3. 우크라 전쟁 100일 만에 끝내고 북미 대화 실마리4. 에너지 패권을 향해 '드릴, 베이비 드릴'5. 만능 치트키 관세...역대급 중국 압박6. 뉴욕증시 지진계 '경고음 요란'...2018년의 기억7. 증시 불확실성 MAGA 수혜주로 돌파..끝판왕은8. 관세와 달러, 복잡한 함수 관계9. 높아지는 미국의 만리장성...反이민 장애물도 산적 현재 뉴욕증시 여건과 시장이 직면한 위험은 당시와 닮았다. 시장에서 2018년을 반추하며 올해 뉴욕증시도 유사한 길을 걷지 않을까 하는 우려섞인 관측이 대두하는 이유다.특히 2018년 급락장에 앞서 출현한 충격파의 전조가 이번에도 포착되고 있다. 그 지진계의 수치가 이례적인 수준으로 치솟아 불안감은 더 크다. 바로 '블랙스완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스큐지수다. 1. 3주 전 신호 스큐지수는 S&P500의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에 대한 옵션시장의 우려를 보여주는 지표다. 개략적으로 말하면 주가 폭락에 대비한 풋옵션 수요가 높을수록 그 값은 올라간다.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시나리오에서만 가치가 있는, 그래서 당장은 가치가 없어 싼값에 거래되는, 즉 '외가격 풋옵션'이 높은 가격에 사들여진 결과다. 외가격 중에서도 가치의 무의미함이 큰 풋옵션 수요가 클수록 상승한다. 평소에는 헐값에 팔렸던 우산이 폭풍우가 예상되자 비싸져도 수요가 생기는 현상과 비슷한 셈이다. *스큐지수는 단순히 OTM 풋옵션뿐 아니라 OTM 콜옵션도 산출 대상에 포함된다. 구체적으로는 양자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한 내재변동성이라는 개념을 통해서다. 다만 실제 산출 과정에서는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의 비중이 더 크다. 급격한 시세 변동을 염두에 둔 헤지 상품의 수요는 가파른 가격 상승을 기대한 콜옵션보다 가파른 하락에 대비하려는 풋옵션에 집중되기 떄문이다. 따라서 산출 과정에서 자연스레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통상 스큐지수는 100~135 사이에서 변동한다. 135를 넘어서게 되면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급격한 하락 가능성에 대해 종전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고 150이 넘어가면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스큐지수는 154다. 지금부터 3주 전인 지난달 24일에는 180으로 솟구쳤다. 두 달 전부터 수위를 높이더니 급기야 180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썼다. 지금은 이때보다 낮아졌지만 추세의 층위는 과거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형성돼 있다.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들어 올린 '가드'의 높이가 한층 더 올라갔다는 얘기다. 스큐지수의 수치에 내재된 '극단적인 폭락' 가능성은 대략 30일 내 실현을 상정한다. 스큐지수를 산출하는 데 사용되는 옵션의 잔존만기 대부분이 30일 안팎이기 때문이다. 예로 잔존만기가 20일인 근월물과 48일인 차근월물이 있다면 관련 만기의 옵션에 내재된 변동성(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을 소위 보간하는 방법을 통해 30일치를 구한다. 그렇다면 현재 옵션시장에서는 2월 중순 안에 폭락장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정말 그렇게 될까. 2. 2018년의 잔상 2018년 여름이 앞을 내다볼 수 있는 거울이 될지도 모른다. 2018년을 문두에 꺼낸 것은 당시와 현재 상황이 유사해서다. 2018년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전년도 주가 상승률이 19%가 넘어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였던 해의 이듬해다. 트럼프의 법인세 감면이나 규제 완화책, 인프라 투자 확대책을 반영한 결과다. 트럼프의 고율관세 공약은 '엄포' 정도로만 생각했다. 이듬해 경제도 좋았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정책금리 인상과 시장금리 상승 우려가 부담됐지만 강한 경제가 버텨주리라는 믿음이 더 컸다. 전형적으로 '우선 먹고 배아픈 건 나중에 생각하자'는 식의 장세였다. 2018년 스큐지수는 꾸역꾸역 고도롤 높여갔다. 당해 3월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수위를 끌어올리며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였다. 2018년 3월 하순 120이 채 안 됐던 스큐지수는 7월 150을 넘어서더니 8월 16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 달 뒤 급격한 시세 하락을 예상한 스큐지수의 경고는 적중했다. 9월 2900선을 기록했던 S&P500은 11월 2600대까지 하락해 10% 떨어졌고, 그 뒤 하락세를 재개해 12월 2300선까지 추가 하락했다. 석 달 만에 20%가 무너졌다. *S&P500은 2018년 1~2월 당시 10% 떨어져 조정 국면에 진입한 적이 있다. 주가 하락의 발단은 고용통계 호조에 따른 장기금리 상승과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우려였다. 다만 그 떄 주가 하락은 빠른 시차를 두고 격렬하게 전개됐는데 그 배경에는 당시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변동성 하락 베팅 관련 상품(크레디트스위스의 VIX 선물 가격 역추종 상품<XIV>)가격이 붕괴해 시세 변동성을 증폭시킨 일이 있었다. 소위 '볼마게돈'으로 불리는 일이다. 공교롭게도 당시에도 스큐지수는 한 달 전 135를 넘어 시세 하락을 예고했었다. 3. 진짜 '오싹'할 떄는 스큐지수의 경보음이 격렬해지는 순간은 그 수치가 오히려 지금처럼 하락할 때다. 주가 하락이 시작하면 스큐지수 산출 대상에 있던 외가격 풋옵션 비중이 자연스레 작아져 스큐지수의 값은 하락한다. 흔히 '공포지수'로 알려진 VIX는 주가가 떨어져야 그제서야 반응한다. VIX는 주로 ATM(등가격) 부근 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바탕으로 산출되기 떄문에 이미 멀찍이 있던 외가격에서 경보음을 낸 스큐지수보다 한발 늦다. ATM 옵션은 현재 주가와 행사가격이 '거의 같은'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당장 옵션시장의 주가 상승과 하락에 대한 '양방향 베팅' 상황을 보여준다. 스큐지수가 건물의 '화재감지기'라면 VIX는 화재가 난 뒤에 내부 온도를 보여주는 '온도계'와 같은 셈이다. '스큐지수의 하락→S&P500의 급락+VIX 급등'의 순서는 2018년 8월의 급락장에서도 동일하게 실현됐다. 최근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고 하락한 것은 주식시장이 이 패턴을 따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VIX는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달 24일 14를 기록했다가 현재 19.5로 올라선 상태다. 아직은 주식시장의 높은 변동성을 예고한다는 '20'을 넘어선 단계는 아니지만 방향성 자체가 위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S&P500도 지난달 6일 사상 최고가에서 4% 떨어지는 등 상기의 연쇄 흐름에 동참한 모습이 역력하다. 물론 스큐지수가 과거의 폭락장이나 거친 시세 흐름을 항상 예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지연 우려와 시장금리의 급등, 위안화 약세, 주식시장의 높은 밸류에이션, 조만간 출범하게 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의 관세 염려 등 주가 하락을 시사하는 퍼즐들이 짜맞춰지고 있다는 점에서 급격한 시세 변동 위험이 현실화될 개연성을 높인다. 특히 위안화 약세의 파급력은 2015년 갑작스러운 평가절하나 2018년 중반 급격한 약세, 2019년 '7위안 돌파' 등의 사례를 통해서 목도한 바 있다. 옵션시장의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닐 수 있음을 뒷받침하는 재료들이다. 4. 실질금리의 중력장 1월 중순에 진입한 현재는 불안감이 들불처럼 번지기 쉬운 시기라는 점에서 스큐지수 경고에 담긴 의미를 배가시킨다. 과거 통계상 계절적으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간의 초입이다. 페퍼스톤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3년까지 VIX 추이를 월별로 평균해 연중 추이로 그려본 결과 1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연초에는 기관투자자가 새로운 투자 전략을 실행하거나 기존 포지션을 조정하고, 또 관련 기간에는 기업의 결산 보고가 맞물려 있어 시세가 각종 재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위험자산군의 시세를 주무르다시피하는 '실질금리'가 뜀박질을 재개한 점은 계절성의 현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미국 물가연동국채 10년물 금리로 본 실질금리는 지난달 초순 1.89%에서 중순 2.25%로 급히 올라섰다가 이달 초 숨고르기를 거친 뒤 최근 7일여만에 2.32%로 '레벨업'했다. 지난달 초순부터보자면 한 달 만에 43bp가 오른 셈이다. 통상 장기국채의 명목 금리가 오른다고 해도 대게 인플레 전망을 반영해 상승한 결과여서 실질금리 상승폭은 상쇄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실질금리 변동성이 작은 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 달 만에 43bp라는 상승폭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트넷 전략가의 표현을 빌려쓰자면 최근의 금융시장 상황은 '터너(전환점)' 임박을 시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앞서 하트넷 전략가는 실질금리 2.5%를 주시해야 할 지점으로 꼽은 적이 있는데 2.5%에 도달하면 금융시장의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더 강해질 것으로 봤다. 2.5%는 2023년 10월 하순에 기록한 최근 10년 기준 전 고점에 해당한다. 당시 실질금리는 같은 해 7월 1.48%에서 2.5%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같은 기간 S&P500의 시세를 10% 떨어뜨린 배경이 됐다. 하트넷 전략가에 따르면 현재 실질금리는 이미 지난달 중순부터 2%대로 올라섰음에도 불구하고 종전까지 주식시장의 시세가 어느 정도 방어가 됐던 것은 '강한 경제 펀더멘털이 실질금리 상승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종전의 고점을 넘어서는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하면 내성 역할을 해왔던 투자자들의 믿음에 균열이 가해질 수 있다고 봤다. 스큐지수의 급등과 급락이라는 전조가 보여준 경고는 실질금리 2.5% 돌파와 함께 현실화될지도 모를 일이다. bernard0202@newspim.com 2025-01-1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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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주요 고객, 블랙웰 주문 연기"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사들이 최신 인공지능(AI) 칩인 '블랙웰(Blackwell)'의 주문을 연기하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디 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이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닷컴의 클라우드 부문, 알파벳의 구글, 메타플랫폼스 등 소위 하이퍼 스케일러 기업들은 엔비디아 블랙웰 GB200 랙의 일부 주문을 줄였다. 하이퍼 스케일러는 대규모 클라우드 컴퓨팅 및 데이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인포메이션은 이들 기업이 100억 달러어치의 블랙웰 랙을 주문했다고 전했다. 블랙웰 [사진=블룸버그] 이들 기업이 블랙웰 주문을 연기하는 것은 출고 초기 발견된 과열과 작은 결함 때문으로 알려졌다. 인포메이션은 일부 고객사들이 차후 버전을 기다리거나 엔비디아의 기존 AI 칩 구매를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시설에 최소 5만 개의 블랙웰 칩을 탑재한 AI 가속기 GB200을 설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주문 지연이 발생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요 협력사인 오픈AI는 엔비디아의 기존 세대 칩인 '후퍼(Hooper)'를 탑재한 가속기를 제공해줄 것을 요구했다. 블랙웰은 엔비디아의 향후 실적과 관련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제품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1월 4분기 블랙웰 매출이 기존 목표치를 초과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날 엔비디아의 주가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동부 시간 오전 10시 54분 엔비디아는 전장보다 2.69% 내린 132.25달러를 가리켰다. mj72284@newspim.com 2025-01-14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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