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독일도 공정한 무역 지지"
"도청 문제 공통점" 트럼프 농담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7일(현지시각) 첫 회동을 갖고 무역과 국방을 포괄하는 주요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백악관에서 메르켈 총리를 환대한 트럼프 대통령은 오찬을 포함해 메르켈 총리와 비교적 짧은 회담을 가진 뒤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공동 기자회견 <출처=블룸버그> |
앞서 유로화 환율과 무역,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굵직한 사안에 대해 마찰을 냈던 양국 정상은 상생과 발전을 도모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을 뿐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내놓지는 못했다.
회담 후 기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트럼프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와 현안들에 대해 생산적인 만남을 가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아메리카 퍼스트’ 색채를 분명하게 드러냈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독일 수장은 다소 난처한 표정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 교역과 관련해 “미국이 과거와는 다른 국가가 될 것”이라며 “대규모 고용 손실을 일으키는 무역이 아니라 공정한 거래를 지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의 자유무역 체제는 대규모 적자를 포함해 커다란 폐단을 일으켰다”고 강조하고, 자신이 공정 무역을 추구할 뿐 고립주의자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국 근로자들에게 훌륭한 고용 전망을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회담 중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총리 <출처=블룸버그> |
이에 대해 메르켈 총리는 “독일 역시 공정한 무역을 지지한다”며 “모두에게 윈-윈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 회견에 앞서 가진 회담에서 메르켈 총리는 독일 기업들의 미국 투자 규모를 부각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동에는 독일 다국적 기업 경영자들도 참석했다.
독일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미국이 대미 수출 규모가 수입을 웃도는 국가들에 대해 보복 조치를 단행할 가능성이다. 이 때문에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동시에 ‘수출 발전소’로 통하는 독일이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던 무역에 관해 두 정상은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을 뿐 관세와 새로운 협상 등 세부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미국 측은 독일이 EU 체제와 별도로 미국과 무역 협상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관련 사안에 대한 논의가 이날부터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장 회의에서 본격 다뤄질 것인지 여부를 지켜보고 있다.
국방 및 지정학적 사안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의 NATO 지원을 위한 국방 예산 확대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지원에 대해 메르켈 총리에게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NATO 회원국들은 예산 지원에 자신들의 몫을 다해야 한다"며 “테러리즘과 과격주의자들로부터 국민들을 반드시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 역시 “GDP의 2%를 국방 예산에 할애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시행할 것”이라며 “국가 안보는 개발 원조를 포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양국 정상은 앞서 발생한 마찰음을 진정시키려는 제스처도 취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장은 독일이 유로화 평가절하를 이용해 무역시장에서 이익을 착취하고 있다고 비난했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EU가 독일을 위한 기구이며 앞으로 탈퇴 국가가 늘어날 것이라고 날을 세운 바 있다.
메르켈 총리는 “언제나 직접적인 대화가 상대방에 대해 이런 저런 말을 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며 공식 취임 전후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향해 쏟아낸 비판에 대해 “과거 발언에 대해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정치 세계에서 적절치 못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도청 문제와 관련, 자신과 메르켈 총리가 공통점을 가진 셈이라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