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등 대형 기업, 부품 기업 잇따라 베팅
완성차-부품기업, 전통 종속 관계 깨져
[뉴스핌= 이홍규 기자] 미국 반도체 대기업 인텔(Intel)이 이스라엘 자율주행 기술회사 모빌아이(Mobileye)를 150억달러에 사들이면서 자동차 산업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지난 수년간 완성차 업체의 하위 대상로만 여겨졌던 부품 산업의 주도권을 기술 기업이 차지하는 모양새가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14일 자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분석기사에 따르면 좀처럼 모험을 하지 않는 인텔의 이번 거액 베팅은 완성차 기업에 충격파를 던졌다. 자율주행 부품 기업 모빌아이를 전격 인수한 것은 인텔이 자율주행차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 뿐만 아니라 기존 산업 공급망에 대한 완성차 기업들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기술 기업들의 장악력이 높아지고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사진=블룸버그통신> |
◆ IT기업의 자동차 시장 교두보 진출
지난 수십년 동안 자동차 제조업체는 부품 공급업체를 종속적인 파트너로만취급해왔다. 그러나 자동차를 보다 '스마트'하고 안전하게 만들고자하는 경쟁이 벌어지면서, 사물 간 연결과 자동화에 강점이 있는 부품 기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프리미엄을 누리며 업계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최근 몇달 간 주목 받은 글로벌 기술 기업의 인수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삼성은 전장 부품 업체 하만 인터내셔널 인더스트리를 80억달러에 인수했고 지멘스는 자동차 소프트웨어 설계 기업 멘토그래픽스를 45억달러에 사들였다. 인텔의 라이벌인 퀄컴은 차량용 반도체 회사 NXP를 390억달러에 샀다.
컨설팅회사의 알릭스파트너스의 자동차 실무 부문 공동 리더인 마크 웨이크필드는 "주행 보조와 자율주행 부문이 산업화돼야 한다는 믿음이 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고 있다"고 WSJ에 말했다.
반면 완성차 업체 간 인수는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주목 받지 못했다. 최근 닛산의 미쓰비시자동차와 푸조의 오펠 인수는 각각 30억달러 밑에서 이뤄졌고 미쓰비시와 오펠은 수백만대의 차량을 판매하고 있음에도 협상 과정에서 기업 가치가 낮게 평가됐다.
IT업체의 차 부품 사업 진출은 사물인터넷(IoT) 시장을 점령하기 위한 주요 전략 중 하나다. 모든 기기를 차량과 연결하면 여러 광고 수입원을 창출할 수 있다. 이들이 과감한 베팅에 나서며 부품 산업 주도권 뺏기에 혈안인 이유다.
로버트 W.베어드의 데이비드 레이커 자동차산업 분석가는 "첨단기술 회사는 자동차 공급 업체가 자동차산업 진출에 중요한 다리가 됐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전통 제조업체들도 맵핑(Mapping)과 대시보드 인포테인먼트(dashboard infotainment), 자율주행과 같은 소프트웨어 및 부품 공급 분야에서 기술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부품사 인수는 물론, 포드와 GM은 아예 독점 기술을 이용해 자율 주행 차량을 개발하고 있다. 이들 회사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영입에는 당분간 돈을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 IT-자동차업체 경쟁 심화? "결국 파트너"
이처럼 기술 기업의 부품 산업 점점 주도권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대결 구도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술 기업들의 산업 진출이 가속화하고 있음에도 이들이 제조 기술에서 한계를 보인다는 점에서, 결국엔 이 대결 구도가 공존으로 결론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도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부품 분야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는만큼 서로가 극복할 수 없는 기술 차이를 인정하고 적극적인 파트너 관계로 변모할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 피아트 크라이슬러 등 일부 제조 기업들은 자율 주행 프로그램 개발을 구글(Google)의 지주회사 알파벳(Alphabet)에 맡겨 두는 등 독자 개발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반면 애플과 구글 등은 곡선 구현 등 자동차 제조 부문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사업 범위를 주행 시스템으로 축소하고 있다.
포드의 빌 포드 회장은 인텔의 인수가 발표된 뒤 사우스웨스트 인터액티브 콘퍼런스(SXSW)에서 행한 연설에서 "인텔의 모빌아이 인수는 단지 자동차 사업을 흥미롭게 생각하는 기업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그렇다면 이들은 우리에게 적인가 친구인가? 적이라면 친구로 변할 수 있는가? 그곳엔 훌륭한 파트너십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