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세혁 기자] 평생 햇빛을 볼 수 없는 16세 소녀와 그의 마음에 비집고 들어온 고교생의 풋풋한 로맨스가 11년 만에 팬들과 재회한다.
영화 ‘태양의 노래’는 색소성 건피증(xeroderma pigmentosum) 탓에 햇빛을 피해 사는 카오루(유이)의 짧지만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다. 색소성 건피증은 상염색체 열성으로 유전되는 희귀병으로, 햇빛에 노출되면 피부홍반뿐 아니라 피부암, 나아가 신경계 이상증상을 일이킨다.
원작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태양의 노래’는 애초에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이야기한다. 병에 걸려 학교도 다니지 못하는 소녀와 평범한 소년의 첫사랑이 담담하게 펼쳐진다. 순수하게 끌린 남녀가 병 때문에 갈라지는 구성은 솔직히 흔한 구성. 일본 영화만 따져도 이런 류의 작품은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등 숱하게 많다.
비록 구성은 빤하지만 그렇다고 구차하게 신파로 흐르지도 않는다. 병 탓에 학교도 다니지 못하는 카오루의 답답한 심정을 노래로 풀어낸 덕이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각 창밖 버스정류장에 나타나는 소년 코지(츠카모토 타카시)에게 호기심을 느낀 카오루는 노래를 부르며 씩씩하게 애정을 키워간다. 이뤄질 수 없기에 절망하기보단, 늘 기쁘고 설레는 카오루 캐릭터가 사랑스럽다. 미래가 절망적일지언정 결코 좌절하지 않는 유이의 연기 역시 당차고 대견하다.
개봉 당시 단박에 주목을 받은 유이는 16세 때 작사와 작곡, 노래를 모두 소화하는 싱어송라이터로 이름을 알렸다. 극중 카오루가 곧 유이인 셈이다. 실제 가수로도 활약 중인 유이는 카오루의 전부인 노래를 통해 극적 감동을 증폭시킨다. 진심을 담아 노래하는 유이의 연기 덕에 영화가 살고 카오루 캐릭터도 산다. 그래서 '태양의 노래'는 국내 개봉 당시 적잖은 마니아를 거느렸다. 일본영화 중에 국내 관객 한줄평이 4000개 가까운 영화는 그리 많지 않다.
평생 태양을 바라볼 수 없는 카오루의 처지를 역설적으로 이야기한 제목도 와닿는다. 참고로 영화 '태양의 노래'는 원작소설과 다른 점이 여러 군데 있으니 영화와 함께 감상하는 건 어떨까 한다. 재능에 비해 활동기간이 짧았고, 영화라곤 이 작품 외엔 남기지 않아 아쉬움을 줬던 유이의 인생작 '태양의 노래'는 16일 재개봉한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