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김학선 기자] 최근 드라마, 연극 무대 등으로 활동 반경을 넓힌 배우 박정민(30)이 오랜만에 극장가로 돌아왔다. 신작 ‘아티스트:다시 태어나다’를 통해서다.
9일 개봉한 ‘아티스트:다시 태어나다’는 어느 날 눈을 뜨니 세상을 발칵 뒤집은 아티스트로 탄생한 지젤(류현경)과 또 다른 아티스트 재범의 비밀을 다룬 작품. 극중 박정민은 아티스트를 통해 진짜 예술을 만들어내고 싶은 아티스트 재범을 연기했다.
“영화를 처음 보고는 속상했어요. 원래 전 제가 나온 영화를 처음 보면 제가 저지른 실수들이 보여서 속상하죠. 다른 분들은 모르실 수도 있는 실수고 누가 봐도 실수인 줄 아는 부분도 있어요. 후자일 경우 거의 머리카락을 쥐어뜯죠(웃음). 그래서 영화를 세 번 네 번은 봐야 전체적으로 보여요. 항상 그랬죠. 특히 이번 영화처럼 제가 주요 배역으로 나왔던 건 더욱이요. 그래도 다들 썩 기대를 안 하셨는지(웃음) 기대보다 재밌게 봐주셨더라고요. 감사하죠.”
박정민이 열연한 재범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자면 이렇다. 나이는 어리지만 타고난 ‘눈’ 하나로 갤러리 대표 자리까지 꿰찼다. 꿈은 진짜 좋은 그림을 찾아내서 성공하는 것. 당연히 신념보다는 타협이, 이상보다는 현실이 먼저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게 재범의 마음을 이해하는 거였죠. 급선무였어요. 재범에게 공감하고자 저랑 비교도 많이 해봤죠. 게다가 극중 인물들이 워낙 일상적이지 않고 주변에서 잘 볼 수 없는 캐릭터잖아요. 소재도 관심도가 떨어지는 거고요. 뉴스에서나 볼 듯한 사건이라 어떻게 하면 진짜처럼 보일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죠. 최대한 일상적인 부분, 관객과 크게 다를 것 없는 사람임을 계속 보여주려 했어요.”
재범에게 닿기까지는 노력이 필요했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영화 속 또 다른 아티스트 지젤. 박정민은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지젤 캐릭터에 금방 몰입됐다. 비슷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지젤은 자신이 아티스트라고 자부하는 인물로 예술가로만 살아가긴 힘든 현실과 종종 충돌한다.
“저도 배우로서 초심과 신념이 있지만, 배우 생활을 계속하기 위해서 타협해야 하는 순간이 오잖아요. 실제로 타협해 본 적도 있고요. 하지만 그럴 때면 마음 한쪽이 늘 불편하죠. 그래서 계속 돌아오려고 하고, 멀리 가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그런 지금까지의 제 삶이 비슷해서 이입이 많이 됐어요. 근데 또 따지고 보면 결국 재범과 지젤은 비슷한 유형이죠. 재범은 상황이 그렇게 괴물로 만들어 버린 거니까요.”
영화 속 상황들을 현실에 대입한 질문도 던졌다. 먼저 다시 태어난다면, 박정민의 선택은 또 한 번 배우일지 궁금했다.
“박정민으로 또 태어난다면 배우를 할 건데 박정민이 전생이면 아예 다른 걸 하고 싶죠. 일종의 호기심이에요. 물론 모든 직업이 다 고되고 힘들지만, 경험해보고 싶어요. 그들은 또 그 일에서 어떤 즐거움, 성취감을 느낄지 궁금하죠. 물론 배우라서 다양한 사람으로 살아 볼 수는 있어요. 하지만 사실 연기라는 게 결국 거짓말이잖아요. 그 거짓말을 얼마나 최소한으로 하느냐, 얼마나 진실에 가까워지려 노력하느냐가 관건이죠. 그래서 진심을 통하는 순간을 잦게 만들어보려 노력하는 거고요.”
그렇다면 박정민이 생각하는 배우의 본질은 뭘까. 극중 재범은 지젤에게 아티스트의 본질을 논하며 가장 중요한 건 타인에게 인정받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도 많은 사람이 보는 영화 하고 싶고 인기도 얻고 싶고 싶죠. 싫다면 거짓말이에요. 근데 예전보다는 인지도가 쌓인 지금, 절 돌아봤을 때 돈, 인기는 따라오는 거더라고요. 인지도 높이려고 선택한 작품은 제게 인지도와 인기를 선물하지 않았죠. 또 정반대의 경우도 있었고요. 그러면서 연기 외에 모든 건 결국 부수적이란 걸 알았죠. 물론 운이 필요하다는 것도요. 그러니까 결국 전 연기를 잘해서 그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걸 대중에게 재밌게 잘 전달해주는 게 배우의 본질인 듯해요. 그게 먹히면 인정받는 거고요.”
그의 말처럼 대중에게 먹힌(?) 박정민의 대표작을 꼽자면 단연 ‘동주’(2016)다. 극중 송몽규를 열연했던 박정민은 뛰어난 연기력으로 업계와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덕분에 그해 청룡영화상과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을 품에 넣는 영광도 얻었다.
“제 주변, 특히 엄마의 시선에서는(웃음) 예전보다 유명해졌으니까 되게 좋아하세요. 솔직히 저 역시 옆에서 성장했다고 해주면 그런가 싶을 때도 있죠. 하지만 달라진 건 없어요. 똑같이 힘들고 고민하고 괴롭죠. 물론 ‘동주’가 제게 전환점임은 확실해요. 돌아봤을 때 배우 인생에 아주 중요한 분기점이 될 거예요. 하지만 제게는 지금 당면한 일이 또 있으니까 계속 채찍질해야죠. 일종의 즐거운 스트레스랄까. 전 절 궁지로 모는 걸 좋아해요. 그때 나오는 극적인 무언가가 즐겁죠. 앞으로도 늘 이럴 거예요. 매 작품 저를 더 쏟아붓고자 고민하면서요. 그러다 보면 또 다음 게 오지 않을까요?(웃음)”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김학선 기자(yooks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