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재건은행 30년 정책금융 베테랑, 한스 페터 뮈시히 박사
[뉴스핌=송주오 기자] “한국 정책금융기관의 자금조달 조건이 개선돼야 정책금융을 성공적으로 수행 할 수 있다.”
독일의 대표적인 정책금융기관인 독일재건은행(KfW)에서 30년간 근무한 한스 페터 뮈시히 박사(Dr. Hans Peter Müssig)는 지난 7일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KfW는 지난 1948년 2차 세계대전 이후 복구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됐다. 2015년 기준 자산 규모는 5030억 유로(한화 약 604조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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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페터 뮈시히 박사.<사진=산업은행> |
정책금융기관이 낮은 금리로 자본을 조달할 수 있어야 스타트업, 벤처 기업, 중소기업 등에 시장보다 싼 이자로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는 얘기다. KfW는 모든 부채에 대해 독일 정부로부터 보증을 받는다. 이로 인해 KfW는 신용등급 ‘AAA’를 받아 저리로 자본을 조달할 수 있다.
높은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KfW는 국제 자본시장에서 큰 손으로 통한다. 작년에 KfW는 달러, 유로화 등 15개의 통화로 73억유로(한화 약 8조9000억원)를 조달했다. KfW의 잔존만기 7년 채권의 금리는 0.00%다. 도이체방크(Deutsche Bank)가 같은 조건으로 조달하기 위해 연 1.56% 금리를 지불한 것과 비교된다.
KfW의 또 다른 무기는 ‘비배당’ 정책이다. KfW는 KfW법 제10조에 근거해 순이익 전부를 내부에 쌓아둔다. 뮈시히 박사는 “KfW는 정부에 수익을 배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 KfW도 비배당 정책이 위기를 맞았다. 통상 수익 규모를 뛰어넘는 21억달러를 기록하자 배당을 해야한다는 여론이 높아진 것. 하지만 정부에 배당을 하기보다 KfW 내 축적해 정책금융에 활용하는 게 낫다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비배당 정책을 고수했다. 비배당 정책은 자금 지원시 낮은 금리를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반면 국내 정책금융기관은 매년 정부에 수익 일부를 배당한다. 산업은행은 2012년 1219억원(산은 지주·정책금융공사 포함), 2013년 319억원, 2014년 67억원, 2015년 462억원을 정부에 배당했다.
비배당 정책은 재무건정성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5년 1조9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에도 3조원 가량의 적자를 냈다. 다만 그동안 꾸준히 쌓아온 누적 순이익 규모가 12조7000억원에 달해 충분히 손실을 감내할 여력이 있다. 수익을 외부로 방출하지 않고 내부에 쌓아두면 저리로 자금을 지원하는 효과와 함께 위기 시 대응할 수 있는 재무적 체력을 기를 수 있는 것이다.
뮈시히 박사가 산업은행 등 국내 정책금융기관의 아쉬운 부분으로 이런 제도적 조건의 미흡을 꼽은 이유다. 뮈시히 박사는 “KfW는 ▲비배당 ▲비과세 ▲최고의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정책금융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지원하고 있다”면서 “산업은행이 이런 부분에서 KfW에 비해 떨어져 매력적인 프로그램을 만다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 초청으로 방한한 뮈시히 박사는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임직원을 대상으로 특별강연을 펼쳤다. 그는 KfW의 설립 배경과 주요 업무 등을 소개하며 정책금융기관의 역할 등을 설명했다. 그는 2012년 KfW를 떠나 현재 컨설팅사 대표로 활약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송주오 기자 (juoh8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