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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마마무가 7일 오후 서울 광장동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열린 네 번째 미니앨범 '메모리(Memory)' 쇼케이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뉴스핌=양진영 기자] 가요계가 혐오, 차별 관련 이슈로 시끌시끌하다. 지난 주말 마마무가 콘서트에서 튼 패러디 영상이 흑인 비하 논란에 휩싸이며 한번 더 수면 위로 올라왔다.
마마무는 지난 3일 열린 단독 콘서트 'Curtain Call(커튼콜)'에서 에서 마크 론슨X브루노 마스의 '업타운 펑크' 패러디를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 속 마마무 멤버들은 얼굴을 검게 칠하고 흑인으로 변신했고, 온라인상에서는 즉각 논란이 됐다.
아이돌의 차별이나 혐오 발언 논란은 최근 자주 문제가 됐다. 대표적으로 랩 가사에 여성 혐오적 표현을 쓴 방탄소년단이 지난해 온라인상에서 뭇매를 맞았다. 자꾸 이런일이 일어나는 건 세상이 변했기 때문이다. 과거에 비해 혐오와 차별의 유해함을 지적하고, 구분짓는 잣대는 엄격해졌다. 동시에 '대세'라는 지위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 지를 대번에 알 수 있게 한다.
◆ 마마무가 흑인 비하?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마마무의 흑인 비하 논란은 누군가에겐 불편했고, 누군가에겐 요란스러웠다. 네티즌들의 반응도 꽤 엇갈렸다. 일부 네티즌들은 "서양인들이 동양인 따라하겟다고 눈찢고 나오면 인종차별이고 비하죠 검은 얼굴도 똑같다"면서 부적절함을 지적했다. 반면에 "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어보인다" "별게 다 논란이다"라는 대수롭지 않은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콘서트 이후 다수의 해외팬들도 불쾌감을 드러내며 문제가 커졌다. 의도치 않은 논란이 마마무에겐 당황스러웠을테지만, 받아들이는 당사자가 기분 나쁘다면 잘못된 일이다. 마마무 측은 "콘서트를 통해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자 누구에게나 잘 알려진 유명 곡 뮤직비디오를 패러디 해보고자 한 기획 의도였다. 오해의 소지가 생겨 2회 차 공연 부터는 문제 부분은 편집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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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마마무 콘서트 영상> |
원 가수의 그루브하면서도 유쾌한 느낌을 살리려 했던 연출이 부적절하게 해석된 사실이 아쉬울 수 있다. 분명한 건 입장을 바꿔 본다면 쉬운 문제다. 특히나 마마무는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는 K팝 아이돌 팀 중 하나다. 국내에서는 대세 반열에 오른 걸그룹이다. 그 영향력은 작지 않고 책임감은 더 무겁다. 마마무의 퍼포먼스가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기본적인 인권 감수성을 갖추지 못했다면 다수의 해외팬들은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 힙합에서 시작된 여혐 논란, 방탄소년단도?…K팝 주자들 책임감 필요한 때
아무런 의식 없이 쓴 말에서 드러나는 여성 혐오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주로 과격한 힙합 래퍼들의 가사에서 여러 차례 발견돼 지적을 받았지만 아이돌 시장에서는 방탄소년단이 직격탄을 맞았다. 방탄소년단의 곡 및 랩몬스터의 믹스테잎 가사에 여성을 비하하고 여성 혐오를 조장하는 듯한 표현이 등장하면서 온라인상에서 비난이 거세졌다.
문제가 된 부분은 “넌 최고의 여자 갑질” “갑 떼고 임이라 부를게 임질” “명품백을 쥐기 보다는 내 손을 잡아” 등이다. 논란 이후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가사 내용 중 일부가 창작 의도와는 관계없이 여성 비하에 대한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고, 그로 인해 많은 분들에게 불편함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면서 사과하고 "지적 사항과 문제점을 앞으로의 창작 활동에 지속적으로 참고할 것"이라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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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이 10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정규 2집 ‘윙스(WINGS)'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방탄소년단의 경우엔 현재 우리 사회에서 뜨거운 감자인 '여성 혐오'와 맞물려 더 파장이 컸다. 방탄소년단이 자정 노력을 약속하면서 논란은 일단락 됐지만, 아직 의심의 눈초리는 남아있다. 방탄소년단은 10대부터 30대까지 폭넓은 연령층의 여성팬들에게 지지를 받는 대표 아이돌 그룹이다. 또 빌보드 차트에 심심하면 이름을 올리고 국내 기록을 쓰는 몇 안되는 팀이다. 막강한 영향력과 책임이 따르는 대세의 자리에 올라있는 셈이다.
심심하면 불거지는 혐오, 차별 논란은 찬반으로 나뉘어 싸울 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다. 앞서 수없이 제기된 외모 비하, 성차별, 학력차별 등의 문제는 이미 실재하는 사회적 병폐다. 이를 지적하는 불편한 시선을 불편하다고 할 때 피해자는 무시되고, 더 늘어난다. K팝 아이돌은 물론이고 방송에 출연하고 예능을 대하는 모두가 의도치 않은 혐오 발언의 무게와 책임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