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어 유로존, 중국, 일본까지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전세계 주요국의 인플레인션이 뚜렷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미국을 필두로 유로존과 일본까지 소비자 물가가 고개를 들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세금 인하 및 인프라 투자에 대한 기대가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주식펀드로 뭉칫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상황도 인플레이션 상승 기대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뉴욕 5번가의 쇼핑객들<사진=블룸버그> |
미국 1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연율 기준으로 1.9% 상승해 연방준비제도(Fed)의 목표 수준인 2.0%에 바짝 근접한 한편 유로존 2월 인플레이션도 2.0%로 4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장기 디플레이션으로 홍역을 치르던 일본의 핵심 소비자물가가 연율 기준으로 0.1% 상승해 2015년 이후 처음으로 반전을 이룬 데 시장 전문가들은 커다란 의미를 두고 있다.
중국 역시 1월 인플레이션이 전년 동기에 비해 2.5% 상승해 2년 6개월래 최대 폭으로 뛰었다.
주요국 전반에 걸쳐 인플레이션이 상승 탄력을 보이는 것은 유가를 포함한 에너지 가격의 상승과 노동 시장의 여건과 무관하지 않다.
국제 유가가 지난해 1월 13년래 최저치에서 바닥을 찍은 가운데 미국과 유로존의 에너지 가격이 연율 기준으로 각각 9.2%와 10.8% 뛰었다.
노동 시장이 완전 고용에 근접한 데 이어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에 이르자 연준의 금리인상 기대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정책자들이 연이어 조속한 금리인상을 지지한 가운데 이날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시카고 경영자클럽이 주최한 연설에서 3월 금리인상이 적절하며, 이후 통화정책 정상화가 지난 2년과 같이 느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주식펀드의 자금 유입 역시 투자자들의 ‘인플레 플레이’로 풀이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한 주 사이 글로벌 주식펀드로 98억달러의 자금이 유입, 9주 연속 ‘사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연초 이후 주식펀드의 자금 유입액은 706억달러에 달했다.
특히 미국 주식펀드로 한 주 사이 67억달러가 밀려들었고, 일본 주식펀드 역시 7억달러의 순유입을 기록했다.
반면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국채펀드에서는 같은 기간 14억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는 10주간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밸류에이션 경고에도 채권에 비해 주식의 선호도가 높은 것은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와 무관하지 않다고 BofA는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대대적인 세금 인하와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프로젝트가 전반적인 경기를 부양하는 한편 물가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판단이 투자자들의 주식 베팅을 부추기고 있다는 얘기다.
씨티그룹의 무라시마 기이치 이코노미스트는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일본 핵심 물가가 가을에는 1%에 근접할 것”이라며 “임금 상승이 핵심 배경”이라고 판단했다.
HSBC도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주요국 노동시장 여건이 팍팍해지면서 물가에 연쇄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프레드릭 뉴만 HSBC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임금 상승이 소비 증가와 기업들의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