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또 다른 이름은 자각몽. 수면자 스스로 꿈을 꾼다는 사실을 자각한 채로 꿈을 꾸는 현상을 일컫는다. 때문에 꿈의 내용을 통제할 수 있으며, 꿈 자체도 현실적이고 일관성이 있다. 또한 꿈을 꾸는 동안에도 생각하고 기억할 수 있어서 깨어 있는 상태와 차이가 거의 없다.
22일 개봉하는 영화 ‘루시드 드림’은 바로 이 자각몽, 루시드 드림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스토리는 대기업 비리 고발 전문 기자 대호가 3년 전 계획적으로 납치된 아들을 찾기 위해 루시드 드림을 이용, 감춰진 기억 속에서 단서를 찾아 범인을 쫓는다는 것. 배우 고수(39)가 타이틀롤 대호를 연기했다.
“무슨 내용인지 모르고 시나리오를 보다가 꿈속으로 들어가는 거나 꿈속 장면들이 신기하고 또 어떻게 구현될까 궁금했어요. 우리나라 영화에서는 그런 장면들이 없어서 재밌을 듯했죠. 지금도 새로운 시도를 하는 작품에 참여했다는 거에는 변하지 않는 자부심이 있어요. 한국영화에서 다양한 영화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고수에게 신선하게 다가온 건 또 있다. 바로 부성애 표현. 대개 우리나라 부성애 작품은 감정을 쏟아내기 마련이다. 하지만 ‘루시드 드림’ 속 부성애는 절제돼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래서 고수는 “대호의 감정을 담백하게 잘 쌓는 것, SF적인 상황 속에서 관객이 대호의 감정에 잘 올라탈 수 있도록 하는 게 숙제였다”고 말했다.
“우리는 던져지는 상황들로 대호의 감정이 전달돼 클라이맥스로 가죠. 오락영화라 수위조절도 필요했고요. 그래서 감정을 짜내지 않고 차곡차곡 쌓아갔죠. 까불지 않고 감정선이 관객과 함께 움직일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오롯이 대호의 진심이 전달되길 바랐죠. 전 실제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입장이다 보니까 확실히 몰입은 쉽더라고요.”
고수가 신경을 쓴 게 비단 내면 연기뿐만이 아니다. 고수는 동시대의 평범한 가장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10kg 증·감량은 물론, 메이크업을 최소화하는 등 외적으로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짧지만, 평범한 가장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어요.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대한민국에서 열심히 사는 한 남자 이미지가 떠올랐고, 체중을 늘렸죠. 사실 몸무게 외에 초반부 모습은 실제 저와 별반 다르지 않아요(웃음). 아무튼 그러고 중간에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잖아요. 그때 감독님께서 일주일 정도 시간을 주셔서 체중 감량을 하고 마지막까지 유지했죠.”
데뷔 19년 차인 지금도 연기 열정만은 변하지 않은 그의 차기작은 영화 ‘남한산성’.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영화 ‘상의원’(2014), ‘덕혜옹주’(2016), 드라마 ‘옥중화’까지, (촬영 순대로 나열하면 ‘루시드 드림’이 먼저다) 최근 유독 시대극에 흥미를 느끼는 그에게 취향이 변한 거냐고 물었다.
“본의 아니게 수염 붙이고 한복 입고 시대극을 많이 했네요. 의도한 건 아니에요. 저도 많은 작품, 다양한 캐릭터를 해야 하고, 또 하고 싶죠. 가을 되면 깃 세우고 바람맞으면서 낙엽도 밟고 싶고요(웃음). 멜로 좋잖아요. 진한 멜로도 가벼운 멜로도.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가 위대한 거니까요. 멜로는 정말 잘 표현할 수 있을 때 꼭 기회를 잡고 싶어요. 지금보다 더 간절한 때가 오겠죠?”
여전히 하고 싶은 작품도 역할도 많다는 그는 “방황은 아니지만, 지금은 배우로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반면 배우가 아닌 한 여자의 남편이자 두 아들의 아빠 고수로는 “죄송할 만치 너무 좋고 행복하다”고 했다.
“배우로서 제 목표는 멀리 있어요. 주름이 깊어질 때까지 성장을 더 지켜봐 줬으면 좋겠죠. 전 또래들에게 굉장히 큰 힘을 받아요. 박카스 광고 찍고 시트콤 했던 그 시절을 함께 했잖아요. 어느덧 다 직장인이 돼 결혼하고 부모도 됐겠죠. 그렇게 누군가와 같이 시간을 보냈다는 거 자체가 너무 큰 힘이에요. 먼 훗날 옛날을 추억하면서 공감하고 현재를 공유하고 싶어요.”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