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신흥국 주식펀드 자금 유입 6개월래 최대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지난해 현금 비중을 5% 선으로 대폭 높였던 글로벌 펀드 업체들이 실탄을 방출하기 시작했다. 워싱턴의 정치 혼란 속에서도 투자 심리가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머징마켓 주식펀드로 글로벌 투자 자금이 밀물을 이뤘다. 미국 주식시장이 최고치 랠리를 지속한 가운데 위험자산에 대한 전반적인 투자 심리가 향상됐다는 진단이다.
17일(현지시각) 시장조사 업체 EPFR에 따르면 최근 한 주 사이 장기 투자 주식 뮤추얼펀드가 지난해 2월 이후 첫 자금 유입을 기록했다.
월가 트레이더들 <출처=블룸버그> |
자금 규모가 5억달러 가량에 그쳤지만 의미 있는 반전이라는 평가다. 이와 함께 같은 기간 이머징마켓 주식 펀드로 27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이는 6개월래 최고치에 해당한다. 특히 관련 지역의 상장지수펀드(ETF)로 18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몰렸다.
같은 기간 이머징마켓의 채권 펀드도 13억달러의 자금 유입을 기록해 신흥국 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반영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세금 인하를 포함한 미국 경기 부양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데다 일본과 중국, 유로존 등 주요국의 실물경기가 개선된 데 따라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유가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이 강한 저항력을 보이는 상황도 신흥국 주식과 채권의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주 글로벌 주식시장으로 유입된 자금이 총 180억달러로 파악된 가운데 미국 주식펀드로 86억달러가 집중됐다. 최근 뉴욕증시의 3대 지수가 연일 최고치 기록을 경신한 가운데 추가 상승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주의 정책과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감이 한풀 꺾였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에서 예상 밖의 승리를 거둔 후 신흥국 관련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갔던 상황과 대조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신흥국의 내수 시장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진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판단했다. 수출 기업에 비해 트럼프 행정부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 기조의 파장이 낮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QMA의 로돌포 마텔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상당수의 투자자들이 이머징마켓에 다시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특징적인 것은 펀드 업체들이 시장 대표적인 종목을 매입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면밀한 리서치를 통해 중소형 종목을 발굴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프랑스의 대통령 선거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포함해 유럽의 정치 리스크 역시 글로벌 자금을 신흥국으로 몰아가는 요인으로 꼽힌다.
유럽 채권펀드에서 11월 이후 최대 규모의 자금이 이탈한 것이나 주식펀드의 자금 유입이 4주간 최저치로 떨어진 데서 이 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는 보고서를 내고 “투자자 신뢰 상승이 전반적인 유동성 흐름을 통해 확인됐다”며 “지정학적 리스크와 정치권 불확실성, 여기에 주요국의 금리인상 움직임 등 악재가 겹치면서 자금 이탈이 지속됐던 주식 장기 펀드의 반전은 의미가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