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누가 뭐래도 지금의 그는 걸크러쉬의 대표주자다. 까칠하지만 불의를 보고 참지 않고, 공격적이지만 내 편은 지킬 줄 아는, 할 말은 하고 사는 당당하고 당찬 여성. 최근 종영한 드라마 ‘욱씨남정기’(2016)나 ‘불야성’(2016)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리고 늦겨울, 센 언니의 매력을 스크린으로까지 뻗쳤다.
배우 이요원(37)이 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전작 ‘전설의 주먹’(2013) 이후 고심 끝에 선택한 작품은 15일 개봉한 ‘그래, 가족’이다. 월트디즈니가 배급한 첫 한국 영화로 핏줄이고 뭐고 모른 척 살아오던 삼 남매에게 막냇동생이 예고 없이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치열한 가족의 탄생기를 그렸다.
“시나리오도 없었고 할 만한 것도 없었어요. 그러다 제가 할 수 있는 영화,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그래, 가족’에 참여하게 된 거죠. 오랜만이라 그런지 스크린에서 제 모습을 보니까 신기하더라고요(웃음). TV에 나온 것과는 다르잖아요.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영원했으면 하는 마음도 들었죠.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시나리오 봤을 때부터 울긴 했는데 영화 보니까 낙이(정준원)가 우는데 너무 슬프더라고요. 낙이 따라서 엉엉 울었죠(웃음).”
이요원은 무엇이 그렇게도 슬펐느냐는 질문에 “다들 똑같겠지만, 내 가족, 내 형제가 생각나서 눈물이 난 것”이라고 답했다. 실제 여동생이 한 명 있는 그는 이번 작품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처음 한 생각은 동생이 한 명이라 다행이라는 거죠(웃음). 걔가 철이 없든 있든 한 명만 케어하면 되니까요. 다른 집 자매들처럼 어릴 때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참 많이 싸웠어요. 잘해준 기억이 별로 없어요. 물론 둘 다 성인이 된 지금은 둘도 없는 친구죠. 정말 많이 의지해요. 잘해줄 수 있는 만큼 잘해주려 노력도 하고요. 일종의 스스로에 대한 보상 심리랄까?(웃음). 어렸을 때 괴롭힌 거에 대한 미안함이죠. 제가 좀 츤데레 스타일이라….”
그렇다면 영화 속 형제들은 어땠는지 물었다. 네 남매 중 둘째 수경 역을 맡은 이요원은 극중 오빠 성호 역의 정만식, 여동생 주미 역의 이요원, 막냇동생 낙이 역의 정준원과 호흡을 맞췄다.
“되게 좋았어요. 그리고 처음 우리 넷이 캐스팅됐다는 이야기에 너무 특이한 조합이라 생각했죠. 다들 개성이 뚜렷하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이렇게 촬영을 들어가면 우리 영화가 더 살지 않을까 했죠. 누가 봐도 형제, 자매 같은 사람이 하면 뻔하잖아요. 또 다들 친분이 없어서 영화 속 설정에도 가까웠죠. 특별히 친해지기 위해 노력하지도 않았어요. 오히려 그 낯선 느낌, 관계를 유지했죠. 신선했어요.”
앞서 언급했듯 이요원은 자타공인 최고의 걸크러쉬 여배우다. 하지만 그에게도 숨겨진 과거(?)가 있다. 지금은 믿기 힘들지만, 불과 5년 전만 해도 이요원은 청순가련의 대표주자였다. 이요원은 드라마 ‘황금의 제국’(2013)의 영향이 크다고 했다.
“‘황금의 제국’이 저의 첫 기업 드라마, 재벌 역할이었어요. 이상하게 그 이후로 그런 역할이 많이 들어왔고요. 저 역시 당시에는 멋진 여성 캐릭터, 정극과 시대물에 완전히 꽂혀있었죠. 물론 여성 캐릭터의 성향 자체가 바뀐 탓도 있어요. 걸크러쉬, 센 언니 이미지가 생기면서 예능·드라마 속 캐릭터로도 많이 등장했죠. 사실 외모 때문에 그런 이미지는 저랑 상관없을 거로 생각했는데 너무 신기하죠.”
유난히 세고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많이 했기 때문일까. 이요원은 “이제 내 또래에 지극히 우리가 볼 수 있는 그런 여자를 연기해보고 싶다”고 했다.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2001)에서 보여준 모습처럼. 로맨틱 코미디도 대환영이다.
“일찍 결혼해서 그럴 수도 있는데 20대 땐 로코처럼 말랑말랑한 거에 관심이 없었죠. 그러고 이제 와 하고 싶은 거예요. 팬들도 20대 때 했어야지, 왜 이러냐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땐 뭐 선생님들과 호흡 맞추면서 배우는 게 너무 좋았으니까요. 그래서 앞에 ‘4’가 붙기 전에 해보고 싶죠. 너무 로맨틱한 건 말고 현실적인, 또래의 생활을 담은 멜로로요. 비현실적인 건 너무 많이 했잖아요(웃음).”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leeh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