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영장 기각 후 보강수사 과정에서 새 혐의 추가
특검, “이 부회장 뇌물공여 외에 추가 혐의 및 죄명 있다”
[뉴스핌=김기락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4일 삼성 이재용 부회장과 박상진 대외담당 사장을 대상으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그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지난달 16일 첫 영장 청구 후, 29일 만이다. 박 사장 구속영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검이 이 부회장과 박 사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그동안 삼성 수사 강도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으로 읽힌다. 특검은 지난달 이 부회장 영장 기각 후, 고강도 수사를 이어왔다.
특히, 특검은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죄 혐의를 입증할 만한 결정적 증거(스모킹 건, Smoking gun)를 확보하는 데 주력해왔다. 특검은 설 연휴 직전에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의 수첩 39권을 입수하는 데 성공했다. 또 보강수사 과정에서 새로운 혐의가 추가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월 1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뇌물죄 피의자로 출석하고 있다. / 이형석 기자 leehs@ |
이 수첩에는 안 전 수석이 경제수석비서관으로 임명된 2014년 6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의 업무 기록이 담겨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사항이 고스란히 남겨있는 유일한 증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특검과 검찰에 제출된 안 전 수석의 수첩은 총 56권이다.
특검은 지난달 19일 이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 결정을 받은 이후 약 3주간 보강조사에 집중해왔다.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 잡기에 수사력을 총동원한 것이다.
이에 따라 특검은 이달 3일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동시에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도 압수수색했다. 삼성의 뇌물공여죄에 대한 보강수사이다. 청와대 압수수색은 당일 아침부터 예고된 것이었지만, 공정위와 금융위 압수수색은 그야말로 ‘깜짝’ 수색이었다.
이를 통해 특검은 삼성물산 합병 이후 순환출자고리 해소 과정의 수상한 거래 정황을 확보했다. 2015년 12월 당시 공정위가 삼성SDI의 통합 삼성물산 지분 1000만주를 처분하도록 했으나 500만주로 줄여줬기 때문이다. 특검은 이 과정에 박 대통령 등 청와대 측 입김이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은 이 같은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 최상목 기획재정부 제1차관,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등을 불러 조사했다. 또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학계에선 김 교수가 삼성의 지배구조를 비판하는 ‘저격수’로 통하고 있다.
특검에 따르면 삼성 주식 처분 당시 최상목 청와대 경제수석금융비서관은 김학현 공정위 부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삼성의 주식 축소 방법에 대해 지시했다. 이에 김 부위원장이 실무진에게 전달했다.
조사 결과, 삼성은 김 부위원장을 통해 진행 상황을 파악하고, ‘500만주 매각이 적당하다’는 의견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특검은 이 같은 진술을 김 부위원장과 최 전 비서관으로부터 확보했다. 이 모든 과정이 안 전 수석 지시에 따른 것이란 게 특검의 시각이다.
이와 함께 삼성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도 청와대가 특혜를 줬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이 회사는 당시 3년 연속 적자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삼성물산 합병직후인 2015년 11월 상장했다. 금융위 산하 한국거래소가 유가증권 상장 규정을 개정한 덕이다.
규정 변경에 박 대통령 등 청와대의 영향력이 있다는 게 특검의 분석. 이 역시 특검은 안 전 수석의 수첩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재 사실을 확인했다.
아울러 특검은 공정위가 추진한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 도입에도 삼성의 청탁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이 제도는 금융사와 제조업체를 함께 보유한 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 시 금융사들만 지배하는 중간 단계의 금융지주회사를 설치하는 것이다. 삼성생명 등 금융사를 보유한 삼성 입장에선 유리한 제도라는 게 중론이다.
삼성 측은 합병과 이후 순환출자 고리 해소 과정에 어떤 특혜도 없었다는 입장이다. 특검의 수사기간이 이달 28일 종료되는 만큼, 이번 구속영장 재청구도 실패하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수사의 추진력이 상실하게 될 전망이다. 특검과 삼성 측의 치열한 법리공방을 앞두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