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세혁 기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문제작 '아무도 모른다'가 13년 만에 재개봉했다. 일본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실제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 영화는 가족과 사람을 다각적으로 바라보는 감독 특유의 시선이 담긴 역작이다.
8일 재개봉한 '아무도 모른다'는 1988년 도쿄 한복판에서 벌어진 스가모 어린이 방치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됐다. 2004년 개봉 당시 엄청난 충격을 '아무도 모른다'는 반듯해 보이던 일본사회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노출하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실제 사건은 아버지가 제각각인 아이들(영화에선 넷이지만 실제는 다섯)을 학교도 보내지 않고 몰래 키우던 엄마로부터 시작된다. 여자가 팔자 고치겠다며 동거남을 따라 나서면서 아이들은 그대로 집에 남고 말았다. 더욱이 여자는 빌라를 얻으면서 자식이라곤 12세 장남 아키라밖에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 때문에 나머지 아이들은 사람들 눈을 피해 집안에 틀어박혀 살아야 했다. 한창 부모 손을 타는 아이들로선 감옥생활이나 다름없었다.
특히 이 사건은 아이들이 아사 직전까지 갔고, 일부가 끝내 죽음을 맞으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감독은 현대 일본사회의 삭막함을 드러낸 이 사건을 나름의 각색을 거쳐 수위를 적당하게 조절했다.
일단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아이가 둘이나 죽어나간 실제 사건의 시각적 충격을 완화했다. 실제로 영화 속 색감은 무척 따뜻하며, 전개 역시 전혀 불편하지 않다. 그러면서도 객석과 사회를 향해 이야기하는 메시지는 굉장히 무겁고 불편하다.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어린 형제들이 집에 갇혀 버려지다시피한 끔찍한 일상을 평온하게 보여주는 감독의 영상에 어쩐지 눈이 시리다.
'아무도 모른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수완과 더불어 야기라 유야라는 훌륭한 배우가 있어 여전히 수작으로 평가된다. 아키라를 연기한 야기라 유야는 엄마가 보내주는 얼마 되지 않는 돈으로 동생들을 지키려 발버둥친다.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 12세 소년의 일상에 그만 코끝이 찡해온다. 성인연기자 못지않은 내면연기로 심금을 울린 야기라 유야는 칸영화제 최연소 남우주연상 수상이라는 근사한 보상을 받았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ra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