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곳 개성공단상회 중 북한산성점만 명맥 유지
제품 입고 중단 1년..아웃도어 침체까지 겹쳐
[뉴스핌=한태희 기자] 대학생과 고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자녀를 둔 중년 여성이 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 그의 주변에 있는 진열대에 등산용 점퍼와 바지가 걸려있다. 한쪽엔 등산용 티셔츠와 양말, 장갑도 쌓여있다.
그가 일하는 곳은 고개를 들면 북한산이 보이는 북한산성분소에서 약 200m 떨어져 있는 한 아웃도어 매장. 서울역버스환승센터에서 704번 버스를 타고 약 1시간 가면 나오는 개성공단상회의 북한산성점이다.
개성공단상회는 한 때 전국에 6곳이 있었다. 개성공단상회는 개성공단에서 만든 제품을 전문으로 파는 매장이다. 지난해 여름 안국동 본점마저 문을 닫았지만 북한산성점은 유지 중이다. 지난 7일 오전 북한산성점을 찾아갔다.
"글쎄 전 잘 몰라요. 얼마 버냐고요? 사장님이 알지 몰라요." 그가 북한산성점에서 일한 지 두달째 된다. 등산복을 진열하고 파는 게 주 업무지만 요샌 바뀌었다.
매장을 지키는 일로. 봄 신상품을 꺼내고 겨울 등산복은 진열대에서 내려야 하지만 그러지 않아도 된다. 새로 꺼낼 신상품도 없다.
개성공단상회 북한산성점 <사진=한태희 기자> |
"작년에 새로 물건을 들여온 게 없다고 들었어요. 개성공단이 저렇게 됐는데. 재고 빼면 더 없어요. 양말도 여기 있는 게 전부고요." 개성공단 폐쇄로 신제품 입고가 중단됐다는 그의 설명이다. 계절 변화에 맞춰 옷을 바꿔 걸지 못하다보니 반팔티가 겨울 내내 걸려있다. 반팔티 가슴팍에 '개성공단상회'란 글씨가 큼직하게 써 있다.
북한산성점은 재고 처리를 위해 안간힘이다. 1만2900원짜리 기능성 티셔츠를 1만원에 판다. 두꺼운 내피 등산복은 3만9000원에 2벌을 준다. 원래는 1벌에 3만9000원이다. 그래도 안 팔린다. 등산복을 사기 위해 북한산성점까지 일부러 오는 사람은 없다. 아웃도어 시장도 쪼그라들고 있다. 엎친 데 덮칙 격이다.
"손님이 없죠. 옆에 매장도 다 닫았잖아요. 돈을 안 쓴다니까요. 중산층이 없어지잖아요." 난로 불을 쬐던 그가 말했다. 30분 넘게 손님 한명 없어 썰렁한 매장 안의 온기는 난로 두개가 채웠다.
개성공단상회 북한산성점은 재고 처리를 위해 1벌 가격인 3만9000원에 등산용 내피 2벌을 팔고 있다. <사진=한태희 기자> |
남북 경제 협력의 상징이던 개성공단은 지난해 2월10일 전면 중단됐다. 북한이 4차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자 한국 정부는 설 연휴 마지막 날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북한은 다음날 공단 폐쇄를 통보하고 남측 인원을 추방하며 맞대응했다. 이로 인해 어떤 기업은 폐업 위기에 몰렸다. 어떤 이는 졸지에 실직자가 됐다.
"글쎄 사장님이 알아서 하겠지만 재고 다 팔면 문 닫아야 하지 않겠어요? 한 손님이 9월에 개성공단이 재가동 될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맞아요?" 내년에 대학교에 들어갈 학생을 둔 그가 한숨을 쉬며 되물었다. 개성공단 재가동 여부에 그의 일자리도 달려있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