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포함 기관들 과감한 베팅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헤지펀드 업계가 유럽과 멕시코 증시의 ‘입질’에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필두로 한 불확실성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노골적인 EU 해체 주장까지 정치적 리스크가 두껍게 깔려 있지만 유럽 주식시장에서 기회를 찾으려는 펀드매니저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주식뿐 아니라 채권과 신용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멕시코도 마찬가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타깃으로 몰리면서 주식과 페소화가 동반 급락했지만 핌코를 포함한 자산운용사들이 ‘사자’에 나섰다.
맨해튼 금융권 <출처=블룸버그> |
3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유럽 금융시장을 외면했던 미국 헤지펀드 업계가 ‘유턴’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유로존의 경제 지표가 뚜렷한 개선을 나타내고 있는 데다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이 미국에 비해 크게 저평가된 점이 투자자들을 유인하고 있다는 것.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나이키의 경쟁 업체인 아디다스를 포함해 정책 및 환율 측면에서 미국 기업에 비해 유리한 입지를 확보한 개별 종목부터 우량 회사채까지 다양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노던 트러스트에 따르면 뉴욕증시의 S&P500 지수가 17배를 웃도는 밸류에이션에 거래되는 반면 범유럽 지수인 스톡스600은 15배를 밑도는 실정이다.
미국 투자자들이 유럽 증시를 거의 포기한 것이나 다름 없었던 지난해에도 일부 헤지펀드 업체는 역발상 투자로 쏠쏠한 수익률을 올렸다.
운용 자산 15억달러의 액티브 헤지펀드 업체 앰버 캐피탈은 지난해 유럽 투자로 17%에 달하는 수익률을 창출했고, 사우스이스턴 애셋 매니지먼트의 대표 펀드 역시 30%를 웃도는 ‘금맥’을 캤다.
앰버 캐피탈의 조셉 오훌리언 대표는 FT와 인터뷰에서 “미국 투자자들이 유럽 자산시장에서 완전히 발을 뺀 상황”이라며 “하지만 유럽에 대한 투자자들의 공포와 우려는 지나치게 부풀려졌고, 여기서 오히려 투자 기회가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멕시코 페소 <사진=블룸버그> |
사우스이스턴은 미국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종목에 베팅하는 전략이 적중하면서 고수익률을 올렸다.
미국에서 3분의 1가량의 매출액을 창출하는 산업용 솔루션 업체 압플러스가 미국 경쟁사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회복한 것이나 아이다스가 나이키 대비 저평가가 해소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펀드매니저들은 이 같은 기회가 다수의 종목에서 엿보인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건축 자재 제조업체인 CRH와 독일의 하이델베르크시멘트, 장비 렌트 업체 애쉬테드가 유망하다는 평가다.
채권시장으로도 훈풍이 불고 있다. 운용 자산 92억달러의 뉴욕 소재 헤지펀드 업체 할시온 캐피탈 매니지먼트는 신용시장을 중심으로 유럽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전체 신용 노출액의 15~20%를 유럽에 할애한 할시온은 투자 규모를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대다수의 투자자들이 여전히 외면하는 곳에 틈새 투자 기회가 숨어 있다는 얘기다.
스트래티직 밸류 파트너스의 빅토르 코슬라 대표는 현재 50억달러 규모의 펀드의 자금 가운데 60%를 유럽에 베팅했다. 그는 유럽의 정치적 소음이 장기 투자자들에게 진입 기회라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과 무역 마찰로 위기를 맞은 멕시코에 대해 펀드매니저들은 낙관적인 표정이다.
핌코의 마이크 고메즈 이머징마켓 헤드는 “소음과 신호를 구별해야 한다”며 멕시코 증시에 적극적인 투자 의지를 보였다.
웰스 파고 펀드 매니지먼트의 브라이언 제이콥슨 포트폴리오 전략가 역시 시장의 공포만큼 멕시코 경제가 꺾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인베스코의 숀 뉴만 포트폴리오 매니저 역시 멕시코 채권에 대해 조심스러운 강세 기조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페소화가 달러화에 대해 5% 반등한 것과 주식시장의 블루칩 벤치마크 IPC가 1.5% 오른 것은 의외의 투자 심리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