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윤 감독(왼쪽부터), 배우 강하늘, 김해숙, 정우, 이동휘, 한재영이 2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 '재심' 시사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형석 기자 leehs@ |
[뉴스핌=장주연 기자] 힘 있는 스토리, 배우들의 열연, 묵직한 메시지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췄다. 약촌오거리사건을 스크린에 옮긴 ‘재심’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2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CGV에서는 영화 ‘재심’ 언론시사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메가폰을 잡은 김태윤 감독을 비롯해 배우 정우, 강하늘, 김해숙 이동휘, 한재영이 참석, 작품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김태윤 감독은 “영화 속 팩트와 허구를 딱 잘라 말하기는 애매하지만, 어쨌든 전제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극영화라는 거다. 극영화는 완전한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팩트는 소년이 살인 누명을 쓰고 감옥에서 10년을 살았다는 것, 당시 국선 변호사가 5년 감량해주니 자백하라고 한 것, 3년 후 진범이 잡혔고 진범의 친구에게 칼을 맡긴 것, 이후 두 사람은 정신병원에 갔다가 풀려났고 진범 친구는 우울증으로 자살한 것 등”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김태윤 감독은 “마지막 부분들은 제가 만난 (실제 피해자) 최 군이 그 당시에는 감옥에 나를 보냈던 형사들이나 변호사, 검사를 찾아가서 해코지하고 싶었다고 울면서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가져왔다. 또 박준영 변호사도 실제로 자기는 정의로운 사람이 아니라 변호사로 한 방해서 돈 많이 벌고 싶어서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진술한 모습을 보고 준영 캐릭터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박준영 변호사를 모티브로 만든 준영 역은 정우가 열연했다. 정우를 통해 처음 변호사 역에 도전한 정우는 “준영은 그간의 변호사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라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평범한 직장인, 수사관, 기자 등 여러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며 “캐릭터의 외형적인 습관, 말투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사건, 그리고 준영이 바라보는 현우에 대한 감정들을 어떻게 표현하면 관객이 공감할 수 있을까 하는 감정적 부분에 중점을 두고 해석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우는 촬영 막바지 박준영 변호사를 만난 것을 언급하며 “사건에 대해 변호사님이 느끼셨던 감정을 간략하게 듣게 됐다. 그 외에 감정은 반갑다는 거였다. 제가 연기하는 인물을 실제로 뵙게 되니까 굉장히 반가웠다. 제가 느끼는 변호사님은 보통의 변호사보다 더 친근하고 생각보다 유머가 있었다. 그래서 대화하는 데도 큰 거부감이나 거리감이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배우 강하늘이 2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 '재심' 시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이형석 기자 leehs@ |
최 군을 그린 현우 역은 강하늘이 맡았다. 강하늘은 쏟아지는 연기 극찬에 “제가 들으면서도 왜 저렇게 했지, 더 노력하지 못했지 하는 부분이 많았는데 잘 봐줘서 감사하다”며 “제가 찾은 게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저는 시나리오에 모든 걸 맡겼고, 감독님과 김해숙 선생님, 정우 형 덕분에 현우라는 인물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자세를 낮췄다.
물론 준영과 현우 외에도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 극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먼저 ‘국민 엄마’ 김해숙은 현우의 무죄를 확신하는 엄마 순임을 연기했다. 김해숙은 “분량이 많지 않아서 더 어려웠다. 또 눈도 멀고 사회에서 소외된,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인데 아들이 억울한 누명까지 썼다. 제가 이제까지 했던 엄마보다 풀어가는 과정이 힘들었다. 수많은 감정을 가져가야 해서 감정 표현을 쉽게 할 수 없었던 게 특히 힘들었다”고 말했다.
현우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우는 형사 역은 한재영이 맡았다. 한재영은 “제 성격과 다른 연기를 해야 해서 많이 힘들고 괴로웠다”고 너스레를 떨며 “연기자니까 대본에 제 상상력을 발휘해서 열심히 임했다”고 밝혔다. 극중 강하늘을 폭행하는 장면에 대해서는 “강하늘에게 물었더니 제대로 해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제대로 했다. 서로 믿음이 있어야 다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최고의 신스틸러 이동휘는 준영의 연수원 동기 창환을 연기, 지적이고 냉철한 면모를 선보였다. 이동휘는 “변호사 역할을 준비하기에 앞서 시나리오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글에서 오는 힘이 그 역할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쓰여 있어서 표현한 것뿐”이라며 “현실에서는 돈과 의리 중 당연히 의리(극중 창환은 돈 때문에 준영을 배신한다)”라고 자신했다.
김태윤 감독이 2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 '재심' 시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이형석 기자 leehs@ |
끝으로 김태윤 감독은 “제가 사회에 관심 있는 감독으로 오해받고 있는데 그저 평범한 사람이다. 전 이 영화가 사회 고발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알려지지 않은 사건이면 그럴 수도 있지만, 영화를 만드는 동안 이 사건은 유명해졌다. 그 과정에서 시나리오도 많이 수정됐다. 무엇보다 전 극영화가 사회 고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다. 그건 언론이 할 일”이라고 선을 그으며 “제가 이 영화를 만들 때는 휴머니즘을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관람 포인트를 짚어줬다.
한편 ‘재심’은 대한민국을 뒤흔든 목격자가 살인범으로 뒤바뀐 사건을 소재로 벼랑 끝에 몰린 변호사 준영과 살인 누명을 쓰고 10년을 감옥에서 보낸 현우가 다시 한 번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재진행형 휴먼드라마다. 오는 16일 개봉.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