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론이 이긴 선거가 있나" vs "정권교체 열망에 'MB대세론'은 승리"
潘 사라진 대선구도서 '제2의 노풍(盧風)' 나타나면 '위협적' 우려
[뉴스핌=이윤애 기자] 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이 지난 1일 전격적으로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대선판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불출마 선언 직후 '대세'를 자신하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지지율이 10%p 가까이 급락,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 혼란의 종착지가 2007년 대선 당시 당내 경선에서 박근혜 당시 후보를 누르고 본선까지 대세론을 이어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될지, 2002년 대선에서 지지율 선두를 달리다 거센 '노풍'에 꺾인 이회창 후보가 될지 주목된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선언 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 직후 jtbc와 매경ㆍMBN이 각각 리얼미터에 의뢰해 조사한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26.1%, 25.4%를 기록했다.(신뢰수준 95%, 포본오차 ±3.1%p. 이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알앤써치가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달 29~30일 이틀간 조사해 당장 이날 오전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전주 대비 0.4%p 상승한 35.2%로 나타났다.(신뢰수준 95%, 표본 오차 ±2.9%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또한 리얼미터가 지난달 23~24일에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32.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30%대를 넘어서고도 줄곧 상승세를 보이며 독주체제를 굳혀가던 중이었다. 스스로 설연휴 직후에 "'문재인이 대세다'는 말이 많은데 실제로 확인해보니 제가 대세가 맞더라"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갑작스런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 후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며 문 전 대표측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반 전 총장이 결선까지 가는 게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절대적인 대세로 자리잡아가는 마당에 새로운 돌발변수를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다. 대세 후보 입장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과거 '노풍(盧風)'과 같은 바람이라는 얘기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학선 기자 yooksa@ |
◆ 이회창, 힐러리…"대세론이 이긴 선거가 있나"
정치권은 '제2의 이회창'을 비유하거나 '샤이 보수층'의 결집 등을 주장하며 적극적인 견제에 나섰다.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은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을 '제2의 이회창'에 빗대며 결국에는 무너질 것으로 확신했다. 손 의장은 한 방송에 출연해 "힐러리 클린턴과 이회창을 보더라도 대세론이 이긴 선거가 있냐"며 "선거 전전 날까지만 해도 힐러리 클린턴이 이긴다는 것이 80%가 넘고, 이회창 후보는 4년 동안 45% 이상 완전 대세론을 구가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고 못 박았다. 이어 "여론조사의 착시현상도 있고 '샤이'(숨은) 현상도 있다"고 강조했다.
2002년 '이회창 대세론' 당시에는 김대중 정부 동안 차기 대통령은 이회창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이회창 후보는 2000년 총선에서 한나라당(현재 새누리당)이 원내 1당을 차지하며 대세론을 얻었고, 이후 내내 지지율을 유지했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뒤늦게 노풍을 일으키며 정몽준 후보와 드라마 같은 단일화 협상을 하면서 지지율이 치솟았다. 정몽준 후보와 여론조사 대결, 단일화 선언 그리고 정몽준의 파기 발표를 겪으며 노무현에 대한 호감도가 크게 높아졌다. 이 와중에 이회창 후보측은 대세론에 취해 방심했던 게 패착이 됐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반문연대', '빅텐트' 등을 통해 단일화 드라마 재현을 통한 '제2의 이회창' 만들기에 골몰하고 있는 것. 빅텐트, 반문연대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을 또다른 기회로 보고 문 전 대표와 그외 군소후보로 구도를 나눠 또 다시 행동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 소속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많은 보수층이 '문재인은 안 된다. 새 시대를 열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며 "과거 패권정치로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라고 주장했다. 이어 "과거식 친문 패권정치로 나라를 분열시키지 않으려면 미래형 정치세대교체를 하자"며 "보수진보 편가르지말아야 한다. 그런 사람이 문재인 대항마"라고 강조했다.
◆ 국민 정권교체 열망…'이명박 대세론'처럼 단단할 것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같이 대세론을 유지할 것이라는 시각도 여전히 존재한다. 국민들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문 전 대표는 이를 이룰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대안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는 이에 대해 "정권교체 없이는 정치교체도 시대교체도 세력의 교체도 다 불가능한 것 아니겠나"고 자신감을 표했다.
이 전 대통령 당시에도 10년 간 이어진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불만을 가졌던 보수층을 비롯한 국민 여론이 결집돼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더욱이 이 전 대통령은 BBK 의혹 등 우려하는 사안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것을 덮고 당선되기도 했다. 그러나 문 전 대표는 지난 대선 때 이미 검증을 어느정도 마쳤기 때문에 우려할 만한 사항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이윤애 기자(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