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 부회장 뇌물공여 혐의 수사, 朴대통령 조사 못하면 혐의 입증 불가 가능성 높아
靑, 특검 경내 진입 불허…특검 수사 실효성 의구심 커져
[뉴스핌=김기락 기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수사에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지난달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한 차례 기각된데다, 이달 청와대 압수수색과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특검이 이번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에서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면 박 대통령의 혐의는 물론, 이 부회장에 대한 뇌물공여 수사 동력을 상실하게 될 전망이다. 영장 기각 후 특검이 이 부회장 혐의 입증을 위해 보강수사하고 있지만, 수사 차질 시각도 나오고 있다.
2일 특검 및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은 이르면 3일 청와대 압수수색에 이어 이달 중순까지 박 대통령 대면조사를 마칠 방침이다. 이에 청와대 측은 압수수색을 위한 청와대 경내 진입을 불허, 특검의 수사 실효성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특검은 국정농단과 관련된 모든 행위에 대해 청와대를 압수수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삼성 등 대기업 뇌물죄 수사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 ▲이화여대 입시비리 ▲세월호 7시간 관련 대통령 비선진료 의혹 등 전방위적 압수수색이 예상된다.
이 가운데 삼성 등 대기업 뇌물죄 수사에 대해선 특검의 신중론과 수사 실패 가능성 등 시각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문화·예술인 배제 지원 명단인 블랙리스트 의혹과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이대 입시 비리 등과 달리, 수사가 더디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순실 씨, 박근혜 대통령, 박영수 특별검사. <사진=청와대/뉴스핌> |
단적으로, 특검은 전날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문 전 장관 측이 수사기록 열람·복사를 요청하자, 재판부에 2주 뒤로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이재용 부회장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의 사건과 연관된 만큼, 수사기밀이 유출될 우려가 있다는 게 특검 설명이다.
‘특검 1호 기소’인 문 전 장관은 복지부 장관이던 2015년 국민연금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찬성하도록 압력을 가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지난해 11월 30일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증인으로 출석해 합병 지시 의혹 등을 부인한 혐의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의 수사기밀 유지 목적성을 수긍하면서도, 수사 실패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동안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을 보강수사해왔으나 구속영장 재청구와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특검은 지난달 12일 이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 후, 16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19일 법원으로부터 기각됐다. 증거가 충분하다며 구속영장 발부에 자신해 온 특검 자존심이 무참히 짓밟히게 됐다.
게다가 최순실 씨도 특검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하는 탓에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와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최 씨에 대한 특검 수사가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특검 주변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특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전혀 그렇지 않다. 일단 (최 씨에 대해) 알선수재를 조사하고,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영장 재청구도 남아있어 그 전에 조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사가) 잘 되고 있다. 나중에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재청구 또는 기소) 결정하겠다”고 자신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2월말이 특검의 1차 수사 기한인데, 국정농단의 핵심인 뇌물죄 수사 윤곽이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연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면서 “청와대 압수수색이 불가할 경우, 특검이 쥐고 있는 뇌물죄 입증 자료가 과연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