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11년래 최고치 '약진'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글로벌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이 2017년 강한 출발을 연출했다.
보호주의 정책부터 금리 상승까지 주변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지만 지난 1월 기업들의 투자가 닷컴 버블이 고조됐던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화 <사진=블룸버그> |
1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글로벌 기업 M&A 규모가 2240억달러로 파악됐다. 이는 1월 기준 2000년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지난달 실적은 유럽이 두각을 나타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유럽 기업의 피인수 규모가 북미 지역을 앞지른 것.
스위스 제약업체인 악텔리온과 이탈리아 선글라스 전문 업체 룩소티카를 포함해 유럽 주요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들의 타깃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하반기 대기 물량으로 누적됐던 M&A가 연초 쏟아졌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영국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와 미국 대통령 선거 등 굵직한 변수들이 불거지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진 데다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M&A 발목이 잡혔던 기업들이 ‘행동’에 나섰다는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친기업적인 동시에 성장에 중점을 두는 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할 것이라는 기대가 M&A 시장 활기의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AT&T와 타임워너의 합병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데 따라 대형 M&A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없지 않지만 투자 심리가 전반적으로 개선됐다는 평가다.
일부에서는 예측할 수 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이 M&A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전에 기업들이 속도를 내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런던 캐피탈 그룹의 재스퍼 롤러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일부 기업과 투자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제동을 걸기 전에 서둘러 합병을 추진하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뉴욕증시가 사상 최고치로 오른 가운데 금리 상승이 주춤한 틈을 타 M&A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씨티 인덱스의 켄 오델루가 애널리스트는 “반이민 정책과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예기치 않은 행보가 M&A 시장에서 돌발할 수도 있다”며 “일반적으로 M&A가 부진한 연초에 실적이 가파르게 뛴 것은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와 별도로 올해 유럽 지역의 M&A가 훈풍을 내는 한편 중국이 주춤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유럽과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 M&A가 908억달러로 11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 실적인 1098억달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치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