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황 불황으로 회사채 발행 시장 냉기
[뉴스핌=최주은 기자] 올 상반기 주요 대형 건설사들의 회사채 만기가 잇따라 돌아오는 가운데 일부 건설사들은 자금 상환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건설업종의 약세에 따라 차환이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또 신용평가사들의 잇딴 신용등급 하락도 회사채 발행에 부담 요인이다.
26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5위권 건설사(삼성물산,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들이 올 상반기 갚아야할 회사채는 모두 1조2200억원이다.
이중 삼성물산이 만기 도래 회사채는 7700억원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는 63.1%에 해당한다. 삼성물산은 우선 오는 2월 만기되는 2800억원을 현금 상환할 계획이다.
신용등급이 A 이상인 대형 건설사들은 대부분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 차환방식으로 갚는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건설사들의 회사채 차환이 잇따라 실패하면서 현금상환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신용등급이 AA+인 삼성물산이 차환이 아닌 현금상환을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그만큼 건설사의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측은 “이번 회사채 현금 상환은 신용등급이나 발행여건이 되지 않아서라기보다 현금여력이 있어서 한 결정”이라며 “2월 만기도래하는 회사채는 현금 상환하고 오는 3월과 4월 만기는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건설사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만기가 가까워지는 회사채에 대해 원칙은 ‘차환’이지만 시장 상황이 녹록치 못할 경우 현금상환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대우건설(A)은 오는 3월과 6월 각각 1000억원과 1500억원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회사 측은 기본 방향은 차환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 상황을 지켜본 뒤 차환이 여의치 않으면 현금 상환도 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만기 시점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상환 방법에 대해 결정된 것은 없다”며 “원칙은 차환이지만 회사채 발행이 안 될 경우 현금 상환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 역시 향후 회사채 발행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우건설의 재무제표에 대한 신뢰성 저하와 영업실적 불확실성 증가, 대외신인도 하락을 고려해 신평사들이 대우건설의 신용등급을 하향을 검토하고 있어서다.
앞서 지난해 신용평가사들이 GS·포스코·SK건설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바 있다.
상반기 현대건설(AA-)과 포스코건설(A+)은 각각 1000억원의 회사채가 만기된다. 대림산업(A+)은 오는 4월 3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이들 회사 역시 전액 차환을 계획하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현금 상환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수주 감소와 적자공사 진행 등 해외부문 부실과 최근에는 잘나가던 국내 주택부문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며 “여기에 건설사 회계감리가 진행되면서 손익변동 확대 가능성이 커져 건설업 회사채 발행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최주은 기자 (jun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