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부장님, XX 러브샷 한잔 하겠습니다!” 무소불위 권력을 쥐고 폼 나게 살고 싶었던 박태수(조인성)는 우여곡절 끝에 권력의 설계자 한강식(정우성)을 만나 핵심 라인을 타고 승승장구하게 된다. 하지만 정권이 교체되는 중요한 시기, 새로운 판을 짜며 기회를 노리던 이들 앞에 예상치 못한 위기가 닥친다.
‘관상’(2013) 한재림 감독이 직접 쓰고 만든 ‘더 킹’은 더 높은 곳으로 날아가고 싶은 한 남자로 시작해 끝나는 영화다. 양아치처럼 살다 권력의 맛을 알게 되고 마침내 권력 앞에 처참하게 무너지는 박태수가 그 주인공이다. 영화는 성공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과정과 그 끝에 맛보게 된 화려한 봄날, 그리고 몰락까지, 박태수의 인생을 담아냈다.
‘쌍화점’ 이후 9년 만에 태수로 돌아온 조인성은 빛난다. 그는 현대사를 관통하는 박태수의 일대기를 무리 없이 소화했다. 억울함과 희열, 권력의 덫에 걸린 위태로움, 모든 게 실감 난다.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가는 내레이션 역시 힘 있다.
그를 권력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두 검사 한강식 역의 정우성과 양동철 역의 배성우는 언제나처럼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최두일 역의 류준열의 연기 역시 눈에 띈다. 다만 딱 이들 넷을 제외한 배우들은 모두 소비된다. 특히 여배우들의 활용이 뼈아프다. 그나마 날 선 시선을 거둘 수 있는 건 감찰 검사 김소진 덕이다. 잊을 수 없는 활약이다.
박태수라는 한 인물의 삶으로 깊숙하게 들어갔지만, 우리네 현대사를 훑는다는 점에서도 ‘더 킹’은 의미 있다. 전두환 정권부터 이명박 정권까지 이어지는 30여 년에 걸친 현대사 계보를 자료화면을 활용, 있는 그대로 담았다. 언론 유착, 조폭, 권력 암투 등 비극적이고 어두운 면면들도 가감 없이 재현했다. 너무나도 덤덤해 더 깊이 있고 설득력 있다.
시기의 덕(?)도 봤다. 우연의 일치라지만, 영화 속 각종 장면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이르기까지 숱하게 보고 겪은 현 시국과도 상당 부분 겹친다. 때문에 관객은 더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된다. 물론 한재림 감독 말처럼 “웃자고 한 일이 시국과 맞아 떨어지는 거 자체가 비극이고 불운”이지만.
관객을 향해 던지는 “누가 대한민국의 왕인가?”라는 마지막 질문 역시 마찬가지다. 변화의 길목에 서 있는 2017년 대한민국에 더 없이 의미 있는 물음이다. 덧붙이자면, 영화는 박태수의 입을 통해 이렇게 답한다. “당신이 이 세상의 왕이니까”라고. 어쩌면 ‘더 킹’은 누군가의 말처럼 본격 투표 독려영화일지도 모르겠다. 1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