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66만대 생산능력 부족, 새로운 SUV 생산 공장 신설 필요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에 호응 효과, 억지 투자하는 GM보다 유리
[뉴스핌=한기진 기자] 현대·기아자동차가 2021년까지 미국에 31억달러(3조6000억원)을 투자한다. 지난 5년간 투자액(21억달러)보다도 10억달러 더 많다. 보호무역주의를 공개적으로 주창하는 트럼프 당선 이후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대규모 미국 내 투자를 결정한 것과 같은 흐름을 타고 있다.
17일 정진행 현대차 사장은 신년 인사를 겸해 외신기자들과 만나 “미국에 신규 공장을 건설해 수요가 많은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이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미국서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 신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고, 기존 생산시설의 신(新) 차종 생산, 환경 개선을 위한 투자를 단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새로운 공장과 관련해 “현지 시장 수요와 대내외 환경 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서 생산규모, 건설지역, 설립 주체 등 자세한 사항은 추후 면밀한 검토를 통해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2014년 현대차 앨라바마 공장을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향후 10년의 과제로 ‘소비자 최고 선호 브랜드로 도약’을 제시했다.<사진=현대차> |
현대기아차의 이런 투자 계획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작용해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대규모 투자를 밝히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GM은 이날 향후 몇 년간 미국 내 공장 일자리 1000개를 창출 또는 유지하는 데 10억 달러(약 1조2천억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도요타도 앞서 100억달러 규모의 미국 투자계획을 내놨고, 피아트크라이슬러는 2020년까지 미시간주와 오하이오주에 있는 공장 설비 교체와 함께 2000명을 추가 고용하겠다고 약속했다. 포드는 멕시코 공장설립 계획을 백지화하고 미시간 공장을 확장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정진행 사장은 “이 같은 결정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압박’과는 무관한 것”이라며 “트럼프 집권 이후 미국에 일자리가 늘어나 자동차 수요 역시 늘어나길 희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현대차의 미국 내 생산 공장이 포화상태여서 신규 공장과 증설은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전년(138만7528대) 대비 2.5% 늘어난 142만2603대를 판매했다. 현대차는 7년 연속 연간 최대 판매실적을 갈아치우고 있으며 기아차도 새 기록을 경신했다.
이런 수요의 생산 물량은 현지생산으로 65%를 채우고 35%는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한다.
현지생산을 늘리고 싶은데 현대기아차의 미국 공장인 앨라배마와 조지아 두 곳은 연간 생산능력이 36만대, 30만대에 그쳐, 불가능한 상황이다. 앨라배마 공장은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와 쏘나타 생산능력이 딸려 기아차의 조지아 공장에 위탁생산을 맡기고 있다. 조지아 공장에서는 이중 10만대가 현대차의 위탁생산 물량이다.
정 사장의 말대로 SUV와 제네시스의 현지까지 하기 위해서는 공장 증설이나 신규 설립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 투자는 원래 계획돼 있었고 SUV를 새로 투입하면 이를 생산할 공장이 필요하다"면서도 "공장 신설이 확정된바는 없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