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세혁 기자] 불특정 다수에 대한 거대권력의 사찰과 감시를 고발한 영화가 객석과 마주한다.
거장 올리버 스톤이 연출한 '스노든'은 세계 사람들의 일상을 비밀리에 들여다본 미국의 추악한 민낯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의 실제 이야기다.
영화 '스노든'은 미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안보국(NSA)에서 일했던 천재 정보분석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2013년 폭로한 놀라운 팩트를 다뤘다. 그 이름도 유명한 '스노든 게이트'는 미국 정부가 국적과 신분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저지른 개인정보 수집과 인권침해에 정면으로 맞선 혁명이다.
'스노든'은 뛰어난 실력으로 서른도 안 돼 미래를 보장 받은 에드워드 스노든의 양심에 관한 이야기다. 2003년 9.11 테러를 계기로 국가 안보에 몸바치기로 결심한 스노든은 10년 뒤 스노든 게이트를 터뜨릴 때까지 엄청난 심리적 방황을 거듭한 인물이다. 올리버 스톤 감독은 그토록 사랑했던 국가가 민간인을 밥먹듯 사찰한 데 충격을 받은 스노든이 정부의 프리즘 프로그램을 폭로하기까지 겪는 심리변화를 집요하게 추적했다.
감독의 고집은 배우 조셉 고든 레빗과 만나 굉장한 시너지를 발휘한다. 두 사람이 탄생시킨 스크린 속 에드워드 스노든은 관객에게 인권을 비밀리에 침해하고 이를 은폐한 국가가 과연 제대로 된 울타리인지 묻는다.
스노든이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하게 한 인물은 바로 연인 린지 밀스다. 천재를 고뇌하게 한 원인이자 정신적 버팀목이기도 했던 밀스는 차세대 스타 쉐일린 우들리가 맡았다. '다이버전트' 시리즈와 '안녕 헤이즐'에서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준 그는 쉼 없이 방황하는 스노든의 곁에서 극의 긴장감을 조율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낸다.
영화 '스노든'은 스토리 구성 상 인터넷 빅브라더 프리즘 프로그램에 관한 팩트의 나열, 그리고 등장인물의 관계나 대화에 의존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즉, 스토리가 꽤 따분할 수 있다. 그런데 배우들의 유기적인 조합이 이런 단점을 상당히 보완한다. 이는 두 주연배우와 함께 극의 촘촘한 구성을 책임진 재커리 퀸토, 리스 이판, 니콜라스 케이지 같은 조연들이 제몫을 해준 덕이다.
스노든 게이트로 드러난 미 정부의 추악함을 통찰한 감독의 연출 역시 대단하다. 세계의 균형을 빌미로 제국화해온 미국의 현대사, 그 민낯을 신랄하게 담아온 수완의 소유자답다. 좀처럼 빈틈이 없는 연출은 '스노든 게이트'가 던졌던 엄청난 충격만큼 강하고 묵직한 울림을 준다. 시국이 시국인만큼, 특히 우리에게 특별하게 다가오는 영화 '스노든'은 25일 개봉한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 사진=리틀빅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