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지은 기자] 모든 것은 ‘노크’로 시작해 ‘노크’로 끝난다. 인간의 나약함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숨은 욕망을 들춰낸다.
뮤지컬 ‘미드나잇’은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 장르로, 엘친의 희곡 ‘시티즌스 오브 헬(Citizens Of Hell)’을 영국의 유명 작사‧작곡가 로렌스 마크 위스가 극작가 티모시 납맨과 만나 야심차게 뮤지컬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이 작품은 12월의 마지막 밤 자정 직전 새해의 시작을 기다리던 부부(배두훈‧백형훈‧전성민‧김리)에게 ‘쾅, 쾅, 쾅’ 노크 소리와 함께 낯선 손님인 비지터(정원영‧고상호)가 찾아가면서 시작된다.
비지터는 극의 시작을 알리면서 무거운 분위기의 줄거리를 계속해서 쥐고 간다. 그 만큼 ‘미드나잇’에서 중요한 역할이기도하다. 부부의 나약함과 비열함을 자극하여 마침내 잔혹한 본성을 드러내게 만드는 인물이다.
정원영은 탄탄한 연기력과 가창 실력으로 극을 안정적으로 이끈다. 여기에 부부를 연기는 배두훈, 전성민의 절규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악한 모습을 제대로 살리면서 객석을 숨죽이게 만든다.
‘미드나잇’은 인간의 약점을 계속해서 공격한다. 매일 밤, 사람들이 어딘가로 끌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공포의 시대에서 결국 남는 것은 인간의 추악함과 이중적인 내면이다. 그런 이면을 가장 잘 표현한 인물이 바로 전성민이다.
공포의 시대로 인해 겁에 질린 연약한 여인서부터, 자신의 약점은 숨기고 상대방의 잘못을 밝혀내고, 결국에는 살인도 서슴없이 저지르는 이중적인 인간을 제대로 표현했다.
작품의 전개는 엄청난 속도감을 자랑한다. 비지터가 부부의 집에 방문하는 순간부터 모든 사건의 비밀은 순식간에 밝혀진다. 그리고 세 사람을 둘러싼 비밀과 오해, 음모가 드러나면서 관객들에게 끊임없는 의문을 던진다.
단순히 보고 웃고 즐기는 작품은 아니다. 세 사람의 모습은 관객들로 하여금 계속해서 생각하게 만들면서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 장르를 제대로 완성시켰다. 누구나 지니고 있는 인간 본연의 깊고 어두운 욕망을 숨김없이 모두 표출시킨다.
다만 극의 시대적 배경과 이들이 누군지 파악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인간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한 배우들의 연기는 탄성을 내지르게 할 정도이다.
한편 뮤지컬 ‘미드나잇’은 오는 2월 26일까지 대학로 아트윈씨어터 2관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뉴스핌 Newspim]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사진=(주)모먼트메이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