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킹'의 주역 배우 류준열(왼쪽부터), 배성우, 조인성, 정우성 <사진=뉴스핌DB> |
[뉴스핌=장주연 기자] 무엇을 상상해도 그 이상의 재미를 얻게 가게 될 거다. 시원한 웃음과 속이 뻥 뚫리는 통쾌함으로 무장한 영화 ‘더 킹’이 베일을 벗었다.
12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관에서는 영화 ‘더 킹’ 언론시사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기자간담회에는 한재림 감독을 비롯해 배우 조인성, 정우성, 배성우, 류준열이 참석, 작품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한재림 감독은 “제 나이 또래 사람들이 이 정도의 현대사를 거치며 살아왔다. 한국사회는 권력을 가진 사람이 살기 편하다고 생각했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부조리함을 그리고 분노하는 영화 말고 다른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권력자 입장에서 보면 조금 더 그들의 시스템을 이해하고 우리가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냉정하고 윤리적으로 생각할 기회가 될 것 같았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이어 취재과정을 묻는 말에 “주위에 아는 법조인들과 검찰 출신 기자가 있었다. 또 관련 서적을 읽으면서 그걸 바탕으로 상상을 많이 했다. 특별한 상상은 아니었다. 어느 직업군에나 주어진 상황에서 충실히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반면 개인의 욕심 때문에 다르게 사는 사람도 있다. 그걸 표현했다. 물론 이게 잘 표현될 수 있었던 건 배우들이 기대보다 더 잘 표현해 준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영화 '더킹'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조인성(왼쪽)과 정우성 <사진=뉴스핌DB> |
한재림 감독의 말대로 조인성, 정우성, 배성우, 류준열은 제 자리에서 최고의 열연을 펼치며 영화 속 메시지에 힘을 실었다.
먼저 ‘더 킹’으로 9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조인성은 무소불위 권력을 쥐고 싶은 남자 박태수를 연기, 극을 이끌어갔다. 조인성은 “분량 자체가 많았기 때문에 어느 선까지 해야 하나 고민했다. 너무 진하게 연기하면 지칠 테고 너무 가볍게 하면 영화가 가진 메시지가 가벼워 보일 듯했다. 그래서 톤 앤 매너를 많이 고민했고 감독님과 계속 상의했다”고 말했다.
조인성은 또 박태수라는 인물의 10대부터 30대까지 그려낸 것에 대해서는 “연기적으로 시대별 콘셉트를 따로 잡지는 않았다. 그냥 의상이나 헤어스타일 등을 통해서 변해오는 과정을 표현했다. 10대와 20대 때 모습은 거쳐 왔던 제 젊은 날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공감하면서 촬영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정우성은 대한민국을 주름잡는 권력 설계자 한강식을 열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실존 인물을 롤모델로 했느냐고들 묻는데 아니다. 근대사를 겪은 우리 모두에게는 권력이 누구 편에 섰을 때 어떤 힘을 발휘하고, 그게 정당한지 아닌지에 대한 경험이 있다. 양심과 명예를 걸고 검사를 시작했던 사람이 부조리한 시스템에 타협하면 어떤 추악한 모습의 권력자가 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누구나 그런 위험이 올 수 있기에 그런 경계의 대상을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검사, 행동대장 양동철 역은 그간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색깔을 보여준 배성우가 맡았다. 배성우는 “제가 지적이고 엘리트 위치에 있는 직책을 많이 했다. 외교관도 했고 연극 할 때부터 의사 역할은 거의 전문이다. 그래서 그렇게 큰 어려움이 없었다. 저희 집안도 지적인 분위기라 오히려 편하게 연기했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연기라는 게 직업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지만, 그 사람이 어떤 정서를 가지고 행동하는가가 중요하다. 그래서 거기에 신경을 썼다”고 덧붙였다.
태수를 돕는 들개파 이인자 최두일 역은 류준열이 열연했다. 류준열은 “검사가 조폭 같을 때가 있고 조폭이 또 어떨 때 검사 같았으면 했다. 너무 전형적인 멋스러움이나 까불까불한 모습보다는 애매한 포지션을 취하려고 애썼다. 검사 같으면서도 조폭 같은 모습을 보여주려 애썼다”고 연기 주안점을 밝혔다.
영화 '더킹'의 메가폰을 잡은 한재림 감독 <사진=뉴스핌DB> |
배우들의 열연만큼이나 눈에 띄었던 건 영화 속 상황들. 우리의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담은 ‘더 킹’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역대 대통령의 이름이 실명으로 거론될 뿐만 아니라, 고(故) 노무현 대통령 탄핵과 서거 장면 등까지 고스란히 그렸다.
이와 관련, 한재림 감독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 장면은 시나리오에도 있었다. 클라이맥스로 가는 동안 필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있었던 사건이고 태수가 위기에 빠지는 지점과 같이 해서 꼭 그려야 했다. 또 노무현 대통령 서거 장면은 제가 이 영화를 감정적으로 시작하게 된 일이었다. 제게는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이고 트라우마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결말에 관해서는 “단순 권선징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런 결말을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며 “제가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는 희망, 주인의식이었다. 작년에 언론의 작은 힘이 게이트의 불을 붙였고 많은 시민을 분노하게 했다. 작은 힘이 모여서 큰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런 감정을 관객이 느끼고 내가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우성은 “영화 안에 나오는 탄핵이나 지금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나 국민 모두에게 크나큰 진통이고 아픔이다. 아프다고 외면하고, 아프다고 마음을 떼면 안 된다. 진정으로 아픔을 감내하면서 직시했을 때 우리가 공감하고 있는 사회 구조의 부조리와 부도덕함을 우리 스스로가 이겨내고 바로 잡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한편 한재림 감독이 직접 쓰고 만든 ‘더 킹’은 무소불위 권력을 쥐고 폼나게 살고 싶었던 태수가 대한민국을 입맛대로 좌지우지하는 권력의 설계자 한강식을 만나 세상의 왕으로 올라서기 위해 펼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오는 18일 개봉.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