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국채 수익률 동반 하락
헬스케어 섹터-록히드 마틴 '뚝'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뉴욕증시의 이른바 ‘트럼프 랠리’가 한풀 꺾인 가운데 투자자들은 11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의 첫 공식 기자회견에 기대를 걸었지만 모멘텀을 찾지 못했다.
주가와 달러화가 상승폭을 축소했고, 국채 수익률은 내림세로 가닥을 잡았다.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자금 대순환을 일으킨 경기 부양 의지가 이번 기자회견에서 엿보이지 않은 데 따른 실망감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사진=블룸버그> |
대선 결과 직후 공식 석상에 나서는 미국 정치권의 전통을 깬 트럼프 당선자는 최근까지 트위터를 통해 크고 작은 쟁점에 대해 목소리를 냈지만 이날 뉴욕의 트럼프 타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투자자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뉴욕증시를 사상 최고치 반열에 올려 놓은 상승 열기가 식으면서 굵직한 공약에 대한 실행 의지를 확인하고 싶었던 것.
특히 투자자들은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과 세금 인하, 무역정책 등 주식부터 통화까지 금융시장 등락에 깊이 맞물린 사안에 대한 ‘한 말씀’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와 함께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에 관한 트럼프 당선자의 입장 역시 월가의 시선을 모은 사안이었다.
하지만 이날 트럼프 당선자의 발언은 대선 해킹 논란을 필두로 한 러시아를 둘러싼 쟁점과 오바마 케어, 자신의 사업체 경영 문제 등 투자자들의 관심사와 초점이 어긋난 부분에 치우쳤다.
자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간접적인 발언들이 나왔지만 오히려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무엇보다 헬스케어 섹터와 관련, 압박의 수위를 높일 뜻을 밝히면서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장중 3%까지 끌어내렸다.
트럼프 당선자는 “헬스케어 산업의 현주소가 재앙에 해당한다”며 “거대한 로비스트를 앞세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반면 의약품 개발을 등한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방산업체 록히드 마틴의 주가도 트럼프 당선자의 기자회견 후 2% 가량 하락한 뒤 낙폭을 축소했다. 그가 F-35의 비용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내놓은 탓이다.
대선 전후로 강하게 내비쳤던 보호 무역주의 정책에 대한 입장도 이날 다시 한 번 확인됐다. 멕시코가 미국으로부터 커다란 반사이익을 챙기고 있으며, 이를 바로잡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
트럼프 당선자의 기자회견을 지켜 본 투자자들은 매수 근거를 찾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장중 나스닥 지수가 헬스케어 섹터를 필두로 0.4% 떨어졌고, 장 초반 2만선과 거리를 축소했던 다우존스 지수도 약보합으로 돌아섰다. S&P500 지수 역시 0.2% 완만한 내림세를 보였다.
달러화도 낙폭을 확대했다. 장 초반 0.4% 내외로 상승했던 달러 인덱스는 기자회견 종료 1시간이 지나는 사이 내림세로 반전해 0.6% 떨어진 상태다. 달러화는 특히 엔화에 대해 1% 하락했다.
반면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4bp 가까이 내렸고, 금값은 1% 가까이 오르는 등 안전자산이 상승 모멘텀을 회복했다.
제러미 클라인 FBN 증권 전략가는 CNBC와 인터뷰에서 “제약 섹터에 대한 트럼프 당선자의 발언이 주식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말했다.
키 프라이빗 뱅크의 브루스 맥케인 전략가는 “투자자들은 이번 기자회견에서 공약에 대한 확신을 얻으려고 했지만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했다”며 “뭔가를 약속하는 것은 쉽지만 구체적인 복안을 제시하는 일은 쉽지 않다”고 전했다.
달러화 움직임과 관련, 미츠비시 UFJ 모간 스탠리의 우에노 다이사쿠 외환 전략가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상황이 대단히 불투명하다”며 “투자 심리가 급반전을 이룰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닐 멜로 BNY 멜론 전략가는 “지난달 중순 이후 달러화는 박스권에서 등락하고 있다”며 “트럼프 당선자의 재정 정책에 관한 명확한 밑그림이 제시될 때까지 추세가 드러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