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효자 갱생 프로젝트 '내손님'이 방송됐다. <사진=MBN> |
[뉴스핌=황수정 기자] 한동안 육아 예능이 범람하더니, 이제는 부모와의 관계에 눈을 돌리고 있다. 그것도 어린 아이가 아닌 다 큰 자식, 엄연히 가정을 꾸리고 있는 아들과 노부모의 관계에 말이다. 자연스레 '효(孝)'가 따라온다.
지난 8일 첫 방송된 MBN '내 손안의 부모님'(이하 '내손님')은 퇴색되고 있는 효도의 의미를 되돌아보기 위한 취지로 기획, 부모와 자식이 함께하는 일상을 엿보는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다. 강호동과 윤손하가 진행을 맡고 박상면, 서경석, 김형범이 부모와의 일상을 공개한다. 여기에 이만기, 변호사 박지훈, 차태현의 부모님 차재완·최수민 부부가 각각 부모, 자식의 입장을 대변한다.
'내손님' 김시중CP는 "요즘 관찰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아이들 나오는 프로그램이 많다. 반면 부모님은 주말에, 혼자 계실 때는 뭐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 일 핑계로, 가족 핑계로 부모님과는 자주 연락하지 않는데, '내손님'을 통해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조금씩 좁혀가면 어떨까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내손님' 첫방에서 강호동, 박상면, 서경석, 김형범이 눈물을 보였다. <사진=MBN '내손님' 캡처> |
그의 말처럼 방송가에서 가족 예능이 시작된 지는 오래 되었지만, 대부분 아이들 육아 관련이거나 부부 사이에 대해서만 관찰했다. 최근에서야 SBS '미운 우리 새끼'를 통해 장성한 아들과 어머니의 관계에 대해 조명하기 시작했다. SBS 관계자는 "어머니들이 자식들의 일상을 지켜보며 점점 이해해가는 과정이 시청자들에게도 부모-자식 간의 소통의 장이 된 것 같다"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산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내손님'은 '미우새'보다 한층 더 집중해 부모-자식의 관계를 파헤친다. 부모와 자식이 따로 있을 때와 함께 있을 때 달라지는 행동, 마음과는 다른 태도를 보여주며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첫 방송에서 강호동은 박상면, 서경석, 김형범과 선술집에서 만나 각자 부모님의 일상을 함께 지켜봤다. 다들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는 처음 보는 모습이었던데다, 나이가 많고 적음을 막론하고 한결같은 부모님의 사랑에 감동했기 때문. 시청자들 역시 함께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막상 부모님과의 1박2일이 시작되자 박상면, 서경석, 김형범은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지켜보던 윤손하가 "그 전에 울던 사람들 맞냐"고 분노할 정도로, 고의는 아니지만 본인 위주의 서툰 모습을 보였다. 늦게까지 술을 마시거나, 어머니의 취향도 몰랐고, 노모에게 짐을 끌게 하는 등 한치의 꾸밈도 없는 그들의 적나라한 일상은 시청자들 또한, 자신의 모습과 부모님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
'내손님' 패널들이 상반된 입장으로 눈길을 끈다. <사진=MBN '내손님' 캡처> |
일상 공유 뿐만 아니라 스튜디오에 부모와 자식의 입장을 대변하는 패널을 통해 더 다양한 이야기를 전한다. '불고기' 하나만 두고도 강호동과 박지훈 변호사는 "사실 불고기 국물이 더 맛있는 거다"라고 말하는 반면, 윤손하와 최수민 어머니는 "아들들 더 좋은거 먹이려고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덧붙이며 한층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제공, 공감과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사회 분위기에 빠르게 반응하는 방송가에서 부모에 대한 관심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657만9000명으로, 2005년 463만5000명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고령인구가 220만4000명 더 늘어났다. 또 2016년 11월 1일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는 372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19.5%에 달했다. 게다가 고령자 가구 가운데 1인 가구는 122만3000 가구로 전체 고령자 가구의 32.9%를 차지했다. 실제로 서경석, 김형범의 노모도 혼자 생활한다.
'내손님' 첫방송 시청률은 2.668%(닐슨코리아 유료방송가입가구 기준, 이하동일)를 기록했으며, 2049 타깃시청률이 0.829%로 MBN 내 프로그램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전체 타깃별 수치에서 50대 여성이 2.87%로 가장 높았다. 본격적으로 '효'를 다룬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나쁘지 않다. 수면 위로 드러난 불효, 그리고 불효자 갱생 프로젝트를 다룬 '내손님'이 한층 진화한 가족 예능을 선보일 지 귀추가 주목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수정 기자(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