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C, 최대 52.5% 관세 부과 결정, 월풀 제기 주장 손 들어줘
[뉴스핌=황세준 기자] 미국이 결국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중국에서 생산한 세탁기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키로 최종 결정했다.
1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삼성전자가 중국 쑤저우에서, LG전자가 중국 난징에서 생산한 가정용 세탁기에 대해 각각 52.5%와 32.1%의 반덤핑관세를 확정했다.
ITC는 삼성과 LG 세탁기(너비 62.23cm∼81.28cm)가 미국 시장에서 덤핑 가격에 팔려 자국 업체들이 피해를 봤다며 만장일치로 이같이 결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사진=블룸버그> |
앞서 지난 2015년 12월 현지 세탁기 시장 점유율 1위인 미국 가전업체 월풀이 미국 상무부(DOC)에 진정을 제기했다. 지난해 7월 20일 상무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여 반덤핑 예비관세율을 삼성전자 111%, LG전자 49%로 결정했다.
반덤핑 괸세는 DOC 최종 판정 이후 미국 ITC가 자국 세탁기 제조업체에 실질적인 피해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과정으로 진행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 시장에서 모든 법과 규정을 준수하고 혁신적인 제품으로 소비자를 만족시켜 왔다며 DOC에 소명을 통해 '혐의 없음'을 적극 입증했다.
반덤핑 판정으로 입는 손실도 문제지만 미국 시장에서 '위법한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되면 앞으로의 판매에 타격을 입을 수 있어서다.
그러나 DOC는 지난해 12월 삼성전자 52.5%, LG전자 32.1%의 반덤핑관세를 판정했고 ITC가 이를 최종 확정했다.
이번 판정에 대해 제프 페티그 월풀 회장은 “미국 제조업체, 특히 오하이오주 클라이드에 있는 우리 공장 직원 3000여 명의 만족스러운 승리”라고 평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매우 유감스럽다는 반응이다.
LG전자측은 "DOC의 중국산 세탁기 부품 가격 책정 방법이 실제와 큰 차이가 있어 미국 내 산업에 끼친 피해가 없음을 지속 소명하겠다"며 "미국 드럼세탁기 1위인 LG전자는 차별화된 제품으로 프리미엄 매출 비중을 확대해 관세 장벽을 극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측은 "중국에서 생산한 세탁기가 미국 산업에 피해를 끼쳤다고 한 ITC의 판정은 시장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삼성전자는 미국 시장에서 관련법을 준수하고 항상 공정한 경쟁과 혁신을 통해 소비자 가치를 제고해 왔다"고 강조했다.
월풀의 반덤핑 제소 이후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생산한 세탁기를 미국에 보내지 않았고 LG전자 역시 중국 외에 한국, 동남아 등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세탁기를 생산하고 있다.
이번 관세 폭탄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미국 현지 공장 설립 움직임을 가속화시킬 전망이다. 양사는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영향으로 미국 현지 공장 설립 등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양사는 멕시코에 공장을 두고 북미 지역에 무관세로 가전제품을 수출하고 있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통해 멕시코 생산 제품에 대해 높은 관세율을 매기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황이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지난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미국이 현지 제조업체에 혜택를 주면 수입 판매업자는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다”며 “넋 놓고 있을 수 없으니 어디까지 현지화를 해야 할지 검토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은 11일 수요 사장단회의 출근길에 미국 공장을 어디에 검토 중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모르겠다"고 답했다.
한편, 올해 3월 세계무역기구는 미국이 2013년 한국산 세탁기에 9~13%에 달하는 반덤핑관세를 부과한 조치가 WTO 협정에 위배된다며 한국과 미국의 세탁기 반덤핑 분쟁에서 한국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