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포함 매파 및 이자 소득 생활자 압박 거셀 듯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로존의 지난달 인플레이션이 가파르게 뛰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이 유럽중앙은행(ECB)에 몰렸다.
지난해 12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사실상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수순에 나선 가운데 경제 지표 개선이 비전통적 정책 기조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사진=블룸버그> |
가뜩이나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가 ECB의 공격적인 통화완화를 강력하게 비판하는 가운데 물가 상승과 성장률 회복이 지속될 경우 매파 정책자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존의 지난해 12월 인플레이션은 연율 기준 1.1% 상승해 3년래 최대폭으로 뛰었다.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와 음식료를 제외한 핵심 물가 역시 0.9% 뛰며 5개월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핵심 물가 상승률은 지난 2년 전 기록한 사상 최저치에 비해 불과 0.3%포인트 오른 셈이지만 유로존 경제가 디플레이션 리스크를 벗어났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달 통화정책 회의에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역시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대부분 해소됐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다만 그는 유로존 경제 곳곳에 불확실성이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하고, 월 자산 매입 규모를 월 800억유로에서 600억유로로 축소한 한편 기간을 올해 12월까지로 9개월 연장했다.
인플레이션 상승과 함께 유로존의 12월 서비스 및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54.4로 5년 6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실물경기 회복이 뚜렷하게 확인됐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제니퍼 맥권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ECB의 일부 정책자들은 강한 매파 목소리를 내며 전례 없는 통화완화 정책을 종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ECB는 앞으로 물가 추이를 예의주시하는 한편 유가 상승에 따른 영향을 파악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브렌트유가 지난해 52% 치솟으며 2012년 이후 최대 상승을 기록한 데다 유로화가 달러화에 대해 7% 급락, 유로존 인플레이션 상승을 부채질했다.
금융시장의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반영하는 5년 만기 국채 및 물가연동채권(TIPS) 수익률 스프레드는 4일 기준 1.8%로, ECB의 정책 목표치인 2.0%에 바짝 근접했다.
독일 KfW의 요르그 쥐네르 이코노미스트는 CNBC와 인터뷰에서 “ECB가 이번 인플레이션 지표를 눈 여겨 볼 것”이라며 “하지만 통화정책 기조를 변경하기 앞서 정책자들은 추가적인 근거를 찾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EU 탈퇴 협상부터 주요국 총선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실물경기에 충격이 발생할 잠재 리스크가 내재돼 있고, ECB가 신중한 행보를 취할 것이라는 얘기다.
일부에서는 이번 인플레이션 지표가 정책자들에게 커다란 골칫거리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더 이상 ECB의 공격적인 부양책에 설득력을 제공하지 못하게 되면서 ECB와 이자 수입에 의존하는 은퇴자와 포퓰리즘 정치인들의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보이지만 경제 성장률이 여전히 미지근한 상태라는 것.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ECB가 물가와 성장률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 셈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