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인단 면담 1번뿐 시사..출입기자 간담회도 안 알려
김규희 사회부 기자 |
[뉴스핌=김규희 기자] 3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피청구인 대리인단 이중환 변호사는 지난달 29일 오전 박 대통령과 면담 후에는 다시 만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29일 이후 만난 적 없으면 딱 한 번 만난 것인가”라는 후속 질문에는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고 입을 다물었다. 이 변호사는 “의뢰인과 변호사 관계에 대해 꼬치꼬치 물으시면 답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변호사가 대통령과 몇 차례 만났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변호사의 발언과 분위기를 봤을 때 지난달 29일 이후 면담은 없어 보인다.
보통 사건을 수임한 대리인과 의뢰인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의뢰인은 자신을 대신해 소송을 진행하는 대리인에게 당시 정황과 구체적 시간, 본인의 주장 등을 전달하려 애쓴다. 의뢰인의 계속된 연락으로 대리인이 지쳐버려 직접 연락을 받지 않고 회사를 통해 의견을 전달받는 일도 많다.
법조계 관계자는 “의뢰인과 1번 밖에 접촉하지 않았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 제대로 변호가 될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면담이 한 차례에 불과했기 때문인지 헌법재판소가 요구한 ‘세월호 7시간’의 행적 관련 성명서 제출이 늦어지고 있다. 이 변호사는 5일까지 제출할 계획이라 밝혔지만 그마저도 ”노력중이지만 자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불통’은 이미 여러 차례 비판받아 왔다. ‘朴의 여자’라 불리던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도 독대한 적 없다고 밝혔다. 독대는 사치일지도 모른다.대면보고가 아닌 서면보고가 일반적이었다. 대화가 아닌 보고와 지시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연초 갑자기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1월1일 기자들과 예정에 없던 만남을 가진 박 대통령은 “완전히 날 엮은 것”이라고 항변했다. 세월호 때도 정상근무했다고 제기된 의혹들을 모두 부인했다. 탄핵심판 공개변론장이 아니라 과거 외면하던 언론을 통해 스스로를 변호했다.
재미있는 점은 기자간담회 계획을 대리인단이 몰랐다는 사실이다. 이 변호사는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박 대통령의 신년기자간담회를) 사전에 연락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의뢰인이 언론과 간담회를 하는 것을 연락받지 못한 법률대리인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박 대통령이 직접 항변에 나선 것을 보면 대리인을 완전히 믿진 못하는 듯 하다.
박 대통령의 ‘불통’ 스타일이 탄핵심판에서도 여실히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헌재의 심판의 결과가 탄핵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강한 기대감 때문일지도 모른다. 뭐가 됐든 결론은 하나다. 대통령이 직접 헌재 법정에 나와 모든 의혹들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뉴스핌 Newspim] 김규희 기자 (q2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