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새해전략] 신성장 동력 확보주력...케이블사 M&A 재추진
[뉴스핌=심지혜 기자] SK텔레콤이 2년만의 대표이사 교체를 계기로 1위업체 자존심 회복에 나섰다. 4년 만에 친정으로 복귀한 박정호 신임 사장은 취임 첫날 케이블TV 인수합병(M&A) 가능성과 글로벌 ICT 트렌드 파악을 위해 곧장 해외 출장 일정을 잡는 등 미래 먹거리 발굴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내치고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사진=SK텔레콤> |
4일 SK텔레콤에 따르면 박정호 사장은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Consumer Electronics Show) 2017 참석을 위해 이날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출국한다.
지난 2일 SK텔레콤으로 옮겨 내부 업무 파악에도 빠듯한 일정이지만 정보통신기술(ICT) 미래 먹거리 발굴과 트렌드 파악을 목적으로 오는 5일(현지시간)부터 열리는 CES를 첫 해외 출장으로 잡았다.
전임 대표인 장동현 사장이나 LG유플러스 권영수 부회장 모두 지난해 CES에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해 황창규 KT회장만 방문했던 것을 감안하면 박 사장의 이같은 일정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CES에는 신사업 관련 임원들인 최진성 SK텔레콤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종합기술원장, 위의석 플랫폼사업부문장, 차인혁 사물인터넷(IoT)사업 본부장 등이 박 사장과 동행한다.
박 사장은 삼성전자, LG전자, 에릭슨 등 SK텔레콤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제조업체들은 물론 4차 산업혁명의 화두인 5G, IoT,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자율주행차 등의 분야도 챙겨볼 예정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박 사장은 SK C&C 때부터 ICT 트렌드 파악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면서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작은 업체들까지 꼼꼼하게 챙겨볼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사업이 정체기인 탓에 신성장동력 확보는 중요한 과제다. SK텔레콤 주력 사업인 이동통신 부문은 시장 포화로 더 이상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 한번 무너진 시장점유율 50%(알뜰폰 포함)는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미디어 사업 강화 차원에서 추진했던 케이블TV사업자 인수합병(M&A)에 실패했으며 영업이익은 최근 4년 이래 가장 부진하다. 1위업체로 자존심을 구긴 셈이다.
명예회복을 위해서는 미래 먹거리 발굴이 절실하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의 M&A 재추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박 사장은 한국이동통신 인수, 하이닉스반도체 인수 등 SK그룹 내에서 굵직한 M&A들을 성공적으로 이끈 인물이다. 때문에 이번 인사를 M&A 재추진을 위한 인사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이통사의 케이블TV M&A는 방송통신 융합 시대를 맞아 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분야다. 실제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박 사장이 M&A 전문성을 살려 부진한 자회사 정리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SK텔레콤은 SK플래닛, SK커뮤니케이션즈 등 다수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연결 실적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단행한 조직개편을 통한 변화도 관심사다. 박 사장은 사업총괄 중심이던 전 조직을 CEO직속으로 편제하고 그간 강조해온 플랫폼 사업 강화를 위해 플랫폼 사업부문과 데이터 사이언스 추진단을 신설했다.
박 사장이 CEO 직속으로 조직을 편제한 것은 신속한 의사결정과 함께 보다 책임감 있게 사업을 주도해 나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데이터 중심의 차별적인 상품과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한 목적으로 '데이터 사이언스 추진단'을 신설한 것 또한 눈에 띈다. 앞서 SK C&C에서 재직하며 진행해온 '데이터' 사업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박 사장은 직원들과의 새해 인사를 통해 현실적인 방법으로는 1등 하기 어렵다는 것을 강조, 과거 패러다임과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고민으로 나아갈 것을 주문했다"며 "내부적으로도 향후 변화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심지혜 기자 (sj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