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 요구 LG 불참 최종 선언, 삼성도 "행정절차 준비 중"
[뉴스핌=황세준 기자] 주요 대기업들의 전국경제인연합회 탈퇴가 잇따르면서 해체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27일 LG가 전국경제인연합회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LG그룹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말 전경련 회원사에서 탈퇴키로 결정하고 지난주 전경련측에 이 같은 방침을 정식으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원사로 있던 공기업의 탈퇴가 이어지고 있다. 보수단체 어버이연합에 대한 전경련의 우회지원 논란에 이어 최근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과 관련한 정경유착 의혹 등이 제기되자 전경련에 탈퇴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전경련을 탈퇴한 공기업은 인천공항공사, 한국전력, 한국석유공사, 가스공사, 서부발전, 에너지공단, 석유관리원, 산업단지공단, 선박안전기술공단 9곳 이다.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전경련회관의 모습.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이에 따라 LG그룹은 2017년부터 전경련 회원사로서 활동에 참여하지 않을 계획이며 회비 또한 납부하지 않을 방침이다. 주요 민간 대기업 중 전경련 탈퇴를 공식 통보한 것은 LG가 처음이다.
LG그룹은 지난 1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쇄신안 마련 사장단 간담회에 5대그룹 중 유일하게 부사장급을 참석시켰으나 결국 탈퇴 방침을 확정했다.
구본무 회장은 지난 6일 최순실 게이트 관련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전경련이 정책연구활동을 주로 하는 헤리티지재단과 같이 탈바꿈 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도 탈퇴 의사를 밝힌 바 있다.
LG그룹측은 이번 탈퇴 결정에 대해 "이미 전경련 탈퇴 의사를 (청문호 과정에서) 밝힌 바 있고, 이를 실행하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전경련은 회원사들의 추가 의견수렴을 거쳐 내년 2월 정기총회 전까지 개편 방안을 결론낸다는 방침이지만 삼성, SK 등이 이미 탈퇴 방침을 정한 상황이어서 쇄신이 아닌 해체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전경련이 매년 걷는 회비 400억원 중 5대 그룹이 절반 규모인 200억원 정도를 부담하고 있다. 주요 그룹이 탈퇴하면 사실상 운영이 불가능하다.
기업들은 별도 신청서를 내고 회비를 내지 않는 것만으로 자유롭게 탈퇴할 수 있다. 전경련이 법정가입단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기업은행, KDB산업은행 등 금융권에서도 전경련 탈퇴가 본격화되고 있다. 삼성도 탈퇴와 괸련한 행정적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삼성측은 "아직 탈퇴서를 내지는 않았지만 (청문회에서 밝힌) 기존 입장에 변함은 없다"며 활동하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다만, 전경련 정관에 해체와 관련한 조항은 없다. 주요 기업들이 총회를 열어 해산 관련 정관을 추가로 넣거나 민법상 사단법인 해산규정을 준용해 회원 4분의 3 결의를 거치는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전경련은 완전 해체가 아닌, 줄어드는 예산에 맞는 모습으로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전경련이 재계를 대표하는 역할은 수행하기는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전경련은 미르와 K스포츠재단 강제모금 논란 외에도 어버이연합에 대한 자금우회 지원 등 사업목적에 맞지 않는 일을 해 왔다는 지적을 그동안 꾸준히 받아왔다.
한편, 전경련 해체시 서울 여의도 소재 전경련타워 소유권이 해결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제3자에 매각하거나 기업들이 그동안 낸 회비만큼 지분을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전경련타워에 관한 법적 이슈는 제기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떻게 될지 예측은 어렵다"고 전했다.
한편, 전경련은 고 이병철 전 삼성 회장이 지난 1961년 창립회장을 맡았다. 이후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구자경 LG그룹 회장,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 고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역대 회장을 지냈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