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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공공의 적' 월가 살 찌운다

기사입력 : 2016년12월13일 05:27

최종수정 : 2016년12월13일 06:27

규제 완화 기대 따른 주가 상승 이어 트레이딩 급증으로 매출 UP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강력하게 반기를 들었던 월가를 살찌우고 있다.

지난달 대선 이후 은행주가 고공행진하며 뉴욕증시의 사상 최고치 경신을 주도한 것은 물론이고 금융시장의 트레이딩이 급증하면서 수익성 역시 대폭 개선되고 있다.

맨해튼 금융권 <출처=블룸버그>

12일(현지시각) 미국 금융산업규제협회(FINRA)에 따르면 지난달 8일 대선 이후 투자등급 회사채의 거래 규모가 200억달러를 넘어선 거래일이 7일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2005년 데이터 집계가 시작된 이후로 대선 이전까지 이 같은 기록이 총 18차례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소위 ‘트럼프 효과’의 강도를 짐작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국채와 스왑, 하이일드 회사채, 여기에 상장지수펀드(ETF)와 주식까지 주요 자산의 거래가 일제히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거래 급증은 이미 월가 IB의 실적 호조로 선순환을 일으키고 있다. 씨티그룹과 JP모간,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트레이딩 부문의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특히 JP모간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는 올해 4분기 트레이딩 매출이 전년 대비 최소 15% 급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BofA의 브라이언 모이니헌 최고경영자 역시 채권과 트레이딩 부문의 매출이 4분기 15%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BMO 캐피탈의 이안 린젠 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자의 대선 승리 이후 금융시장의 패러다임 변화가 뚜렷하다”며 “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맞은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포트폴리오의 새 판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재정 확대와 세금 인하에 따른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기업의 주식과 채권으로 뭉칫돈이 밀려들고 있다. 반면 장기물을 중심으로 안전자산인 국채는 연일 매도에 시달리는 상황.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5%를 뛰어 넘었다.

RJ 오브라이언에 따르면 파생상품 시장에서 국채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풋옵션의 거래 역시 기록적인 규모로 불어났다.

이는 트레이딩 비중이 높은 업체를 중심으로 월가 IB들의 수익성을 대폭 개선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주식시장의 거래량 역시 대폭 늘어났다.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시장의 거래 금액이 대선 이후 하루 평균 79억6000만달러로 불어났다. 이는 대선 이전까지 지난 5년간 평균치에 비해 무려 20% 급증한 수치다.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연이어 갈아치울 때 투자자들 사이에 경계감이 높아지면서 거래 규모가 줄어들게 마련이지만 이번 랠리는 대규모 거래량을 동반했다는 얘기다.

마이클 부캐넌 웨스턴 애셋 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는 “기술주에서 금융 및 기초 산업재 섹터로 뉴욕증시의 주도주가 바뀌고 있다”며 “폭발적인 거래량을 동반한 판도변화가 주가 추가 상승을 이끄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트럼프 당선자가 공약한 도드 프랑크법 폐지 역시 금융권의 수익성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골드만 삭스를 포함한 금융주의 강한 랠리는 이와 무관하지 않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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