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민심' 업고 인용 vs. '정치적 보복' 우려 기각
[뉴스핌=이보람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여부가 헌법 재판관들의 손에 달렸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심판 당시에는 없었던 재판관 개별의견이 이번에는 공개된다. 이를 두고 최종 결론에 미칠 영향에 대한 갑론을박이 뜨겁다.
국회는 지난 2005년 "심판에 관여한 재판관은 결정서에 의견을 표시해야 한다"고 헌법재판소법 제36조 제3항을 개정했다.
기존 헌재법에는 "법률의 위헌심판, 권한쟁의심판 및 헌법소원심판에 관여한 재판관은 결정서에 의견을 표시해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었다.
헌재는 이 조항을 탄핵심판에 대해 개별 의견을 개진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에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청구를 기각하면서 재판관들의 개별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에 각 재판관이 내놓은 견해를 전혀 알 수 없었고, 결과에 대한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다는 비판이 일었다.
국회는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따라 재판관들은 모든 심판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표시할 의무를 지게 됐고 지난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에서 모든 재판관들이 실명으로 근거와 견해 등을 냈다.
법조계에서는 실명으로 의견을 내야하는 의무 사항은 없지만, 이번 박 대통령 탄핵 심판에선 재판관의 견해를 실명으로 남길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탄핵을 외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큰 만큼 과거와 달리 재판관들의 부담도 커지는 상황. 이를 두고 재판관이 오히려 국민을 등에 업고 탄핵에 찬성할 수 있다는 의견과 정치적 보복을 우려, 반대표를 던질 수 있다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상이다.
헌재가 일반적으로 국민들의 여론을 반영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견 공개가 탄핵 찬성을 독려할 수 있는 촉매가 될 수 있다.
이번 사태에서 민심을 반영하는 것은 역시 촛불집회였다. 집회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10월 말부터 시작돼 지난주까지 7주 연속 열렸다. 특히 6차 촛불집회에는 주최측 추산 전국 232만명이 촛불을 들고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등 사상 최대 규모로 행사가 이뤄졌다.
민심은 여론조사에서도 확연히 나타났다. 지난 9일 여론조사 전문업체 갤럽이 6일부터 8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0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3.1%포인트) 결과, 박 대통령 탄핵안에 찬성한다는 응답자는 전체 81%를 기록했다.
물론 의견 개진이 오히려 재판관들의 '소신' 선택을 가로막는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사법부가 정치권 그리고 학연·지연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우리나라의 특성상 재판관들이 '정치적 보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탄핵 결정을 내릴 재판관 9명 중 박한철 헌재소장과 서기석 재판관, 조용호 재판관은 박 대통령이 직접 임명했다. 박 소장은 특히 현재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황교안 국무총리, 최근 임명된 조대환 민정수석과 사법연수원 동기이기도 하다.
나머지 6명의 재판관들 역시 대부분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면서 사실상 실명 공개 등이 박 대통령의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데 주저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