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한류 확산 언급하며 “도와달라”...재계 “이참에?”
LG,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충-롯데, 맥주 차별 해소 건의
[뉴스핌=조동석 기자] 대가성 입증은 어렵다.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어 풀려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재계의 전광석화 같은 출연금 납부에 대가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분명한 것은 대가성이 입증되면 박근혜 대통령은 뇌물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재계도 마찬가지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검팀은 박 대통령에 대해 직권남용을 넘어 뇌물죄 적용을 검토 중이다.
오른쪽부터 정몽구 현대차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이재용 삼성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구본무 LG 회장, 손경식 CJ 회장. <사진공동취재단> |
실마리는 6일 최순실 국정조사 특위에 출석한 재계 총수의 입에서 나올 수 있다. 아울러 기업들이 제출한 서면자료도 수사의 중요한 단초가 되고 있다.
◆ LG 배터리, 롯데 맥주, 현대차 중국공략, CJ 세제혜택 언급
LG는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을 단독 면담하면서 전기차 충전 인프라의 확대 필요성을 언급했다. LG가 배터리 부문에 주력하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LG는 아울러 친환경 에너지와 소프트웨어, 중소기업 육성에 관한 의견을 개진했다고 한다.
올 3월 박근혜 대통령은 롯데를 만난 자리에서 신동빈 회장이 “내수가 그렇게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경제전망이 긍정적으로 바뀌면 어느 정도의 성장은 예상된다”고 하자 박 대통령은 “수출과 내수 모두 걱정인데, 경제가 잘 돼야 하니 내수를 주로 하는 롯데가 많은 노력을 해달라고 당부했다”고 했다.
앞서 롯데는 올 2월 열린 주요 기업 간담회에서 중기중앙회의 대형 유통매장 의무휴업 확대 움직임에 대한 우려와 국산맥주가 수입맥주보다 세금 30~40%를 더 부담하는 데 대한 개선을 건의했다.
미르재단에 85억원을 출연한 현대차그룹은 “문화 교류를 통한 글로벌 자동차 판매에 도움이 되고, 특히 리커창 중국 총리 방한 시 한중 문화재단 간 MOU 체결을 통해 중국 내 자동차 판매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고 밝혔다. K스포츠재단 출연 배경에 대해서도 현대차는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손경식 CJ회장은 지난해 7월 대통령 주재의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기업 대표 초청 간담회에서 문화콘텐츠 산업의 글로벌화를 위한 세제지원 확대와 지주회사의 손자회사 행위제한에 대한 법 개정,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관련한 불합리한 규제 완화 등을 언급했다.
지금까지 논란을 대가성 없는 기업의 ‘선의의 출연’ 그리고 한류확산을 위한 박 대통령의 통치 행위로 본다면 대가성은 설 자리가 좁아진다.
그러나 뇌물과 선의의 출연 간 경계는 명확하지 않다. 박 대통령 뇌물죄 입증의 첫 번째 관건은 대가성이다. 주목할 것은 대통령의 뇌물죄 성립 요건은 매우 포괄적이란 것이다. 특검의 향후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기업들의 의견을 듣고 정부가 정책에 반영했다면 아무 문제 없다. 그러나 이 사건에선 돈이 오갔다. 선의의 출연이라고 하지만, 곱지 않은 시선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뉴스핌 Newspim] 조동석 기자 (dsch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