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에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까지, 대한민국에 초유의 재난이 찾아왔다. 한반도는 일대 혼란에 휩싸이고 컨트롤 타워는 사정없이 흔들린다. 방사능 유출의 공포는 점차 극에 달한다. 결국 최악의 사태를 유발할 2차 폭발의 위험을 막기 위해 발전소 직원인 재혁(김남길)과 그의 동료들은 목숨 건 사투를 시작한다.
영화 ‘판도라’는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를 모티프로 한 재난 영화다. 지난 2012년, 451만 관객을 동원한 ‘연가시’ 박정우 감독이 4년 만에 각종 외압(?) 속에 내놓은 신작이다. 자의든 타이든 오랜 시간 빚어온 만큼 영화는 수준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특히 압도적인 스케일과 섬세한 CG(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대부분의 재난 영화가 그렇듯 메시지는 꽤 직설적이다. 배우들의 입으로 작위적인 대사들이 끊임없이 나온다. 그래서 명확한데 그래서 촌스럽다. 캐릭터나 스토리도 마찬가지다. 선악이 분명하고 전형적이다. 재난 영화의 필수 조건인 신파는 이야기의 줄기다. 하지만 그럼에도 ‘판도라’에는 빠질 수밖에 없는 힘이 있다. 극중 이야기가 현실과 몹시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실제와 무관하다지만, 영화가 만들어지는 동안 경주에서 전례 없는 강진이 일어났고, 사람들은 원자력발전소 사고 위험성을 실감했다. 물론 떠들썩한 현 시국과도 상당 부분 맞아떨어진다.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건 4년 전이나, 마치 대한민국의 오늘을 그린 듯하다. 실제 이런 이유로 박정우 감독은 특정 대사들을 삭제하는 웃지 못할 편집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대한민국 국민이기에 어쩔 수 없이 세월호 참사도 떠오른다. 곳곳에 그 흔적이 묻었다. 특히 “기억하겠습니다. 꼭 기억하겠습니다”라며 희생자의 이름을 되뇌는 대통령(김명민)이 여러 의미에서 인상 깊다.
이 모든 장면을 소화해낸 배우들의 연기는 따로 언급하지 않아도 좋을 듯하다. 김남길, 김영애, 문정희, 정진영, 이경영, 강신일, 김대명, 유승목, 김주현, 그리고 김명민. 애초에 이 라인업에는 구멍이 없었다.
진짜 하고싶은 말을 덧붙이자면, 작품의 완성도를 떠나 ‘판도라’는 지금 우리가 꼭 봐야만 하는 영화다. 원전 관련 자막으로 맺는 마지막 엔딩까지 놓쳐서는 안된다. 정확하게 현실을 읽어야 하고, 절망만 가득한 이곳에서 희망을 찾는 법을 배워야 하기에 더욱 그렇다. 7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