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건설사 한양 '통 큰 투자'…E1‧SK가스 원가절감으로 맞대응
LPG수입 이어 충전‧판매 등 유통 '연쇄 붕괴' 우려도
[뉴스핌=전민준 기자] 액화석유가스(LPG)수출입업의 진입장벽이 사실상 허물어지면서 국내시장을 양분했던 E1과 SK가스의 독과점 체제가 붕괴될지 관심이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LPG수출입업 등록을 하는 자가 갖춰야 하는 저장시설용량을 내수판매 계획량의 30일에서 15일로 낮췄는데, 이로 인해 초기투자의 부담이 줄어들면서 신규사업자의 대형시설 투자가 현실화 되고 있다.
1일 에너지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정부에 LPG 수출입업 등록을 마친 중견 건설사 한양은 내년 상반기 전남 여수 광양(여천)항 배후부지 29만8403평에 12만t급 LPG 저장시설을 착공, 이듬해 상반기부터 정상 운영할 예정이다.
총 투자비는 1000억원 수준이며, 이를 충당하기 위해 한양은 메이저 석유회사의 투자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양 관계자는 "조만간 해외 우수기업 한 곳을 선정해 시설구축에 들어갈 것"이라며 "몇 년 전 신사업팀을 꾸린 한양은 이번 LPG시장 진출을 최대 현안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양은 E1과 SK가스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될 전망이다.
한양 외에도 LPG수입업 등록을 마친 기업은 호라이즌홀딩스를 포함해 3개가 있지만, 이들은 현재 자금조달문제로 저장시설을 구축하지 못 하고 있다. 설령 추진하고 있다하더라도, 저장규모가 8만t 이하로 작다.
하지만 이번에 도입하는 LPG시설 자체가 큰데다가, 배후에는 LPG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부두를 비롯한 부대시설 등 기반까지 구비돼 지리적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특히 LPG저장시설과 바이오매스 발전 사업에도 투자하고 있는 한양이, LPG수입시장은 물론 충전, 판매 등 LPG유통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국내 LPG 시장은 수입사인 SK가스와 E1은 전체 물량의 약 60% 가량을 공급하고 있고 나머지 40%는 4대 정유사가 직접 생산한 물량으로 구성돼 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한양이 수입사로 등록하고 유통에 나서면 당장 시장 높은 점유율은 확보하지 못한다 해도 SK가스와 E1의 양강 체제가 깨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 관건은 신규 수요처 발굴 가능성이다.
관련업계에선, 신규기업이 LPG 최대수요처인 수송용 시장엔 당장 진입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차량용 LPG 유통을 위해서는 충전소 확보가 필수인데 신규 LPG 충전소는 허가를 받아야 낼 수 있어 당장의 신설은 어렵다.
SK가스, E1 또는 정유사 폴 충전소 일부를 인수해야 하는데 경쟁관계를 고려하면 이 또한 녹록치 않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그러나 해당 시장이 점차 축소되고 있는 추세라, 신규기업의 진출이 이뤄지면 E1과 SK가스에큰 타격은 불가피하다.
여기에 E1 관계자는 "메인시장을 방어하기 위해 당분간은 국내 판매, 해외 트레이딩, 도입비 절감 노하우로 사업 역량을 지속 강화하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한양을 포함한 신규사업자들은, 일반사업장에서 저가 제품을 구매하는 가정상업·석유화학용 수요처 확보에 우선 집중할 계획이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현 시장에서 당장 대규모 물량을 소화할 새로운 수요처를 찾기는 어렵지만, 생산시설 구축 후 1년 안으로 메인시장 진입은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전민준 기자(minjun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