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 끝 졸속처리 운명에 놓인 법인세율 인상안
野, 누리과정 예산과 빅딜 패키지 제시, 선거전략 수준으로 전락시켜
섣부른 인상보다 준조세 감소, 실효세율 제고부터 나서야
[뉴스핌=이승제 최영수 기자] 수년간 뜨거운 논쟁거리였던 법인세율 인상 방안이 다음달 2일전 국회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국회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법인세 관련, 세력몰이로 정부와 여당을 거칠게 몰아세우고 있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28일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와 여당이 누리과정 예산 문제에 대한 해법을 가져오지 않을 경우 법인세 ·소득세율 인상을 추진하겠다고 거듭 으름장을 놓았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8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와 여당이 누리과정 예산문제에 대한 해법을 가져오지 않을 경우 법인세 ·소득세율 인상을 추진하겠다"고 경고했다. <사진=뉴시스> |
만약 이렇게 될 경우, 한국경제의 미래와 기업·산업경쟁력에 대해 뜨겁고 지난하게 벌어졌던 논쟁이 공염불이 된다. 힘의 우위를 앞세운 야당의 정치적 독주로 한국경제의 미래에 더욱 큰 불확실성이 얹어진다는 얘기다.
◆ "법인세율 인상=만병통치약 아니다"
야당의 법인세율 인상 배경에는 해묵은 글로벌 논쟁이 깔려 있다. '성장을 통한 배분'과 '배분을 통한 성장' 가운데 후자에 기울어 있는 것. 글로벌 장기저성장 국면인 '뉴-노멀(New-Noraml)'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이 같은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긴 하다. 야당은 또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강력 추진해 온 '낙수효과'가 없었다며 법인세·소득세율 인상이 정답이라고 주장한다.
정부와 여당,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법인세 인하의 낙수 효과가 없었듯 법인세 인상도 배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오히려 인상에 따른 폐해·후폭풍이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다면 '한국경제호' 자체를 뒤흔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부는 법인세 인상에 따른 일자리 감소등의 부작용을 강하게 우려하고 있다. 때문에 법인세 인상보다는 비과세 감면을 통해 실효세율을 높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법인세 인하를 통해 기업 투자유치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인세 인상은 기업 투자 및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단기적으로 세수가 확충될 지 모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감소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면서 "지금은 법인세를 인상할 때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전날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법인세율 인상은 ▲경기후퇴 우려 ▲글로벌 법인세 인하경쟁에 역행 ▲중장기 세수감소 ▲최고의 복지인 일자리 감소 ▲증세를 소액주주 등 국민이 부담 등 커다란 폐해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법인세율을 1%p 올리면 경제성장률이 최대 1.13%p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여당은 물론 야당 일각에서도 정부와 여당의 이 같은 우려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세수증대 효과를 완전히 뛰어넘는 경제적 부작용이 발생한다면 그건 '대재앙'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당(민주당)이 정부와 여당이 누리과정 예산을 수용한다면 이번에 법인세율 인상안을 철회할 수도 있다고 제안한 데는 이 같은 우려를 염두에 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법인세율 인상이라는 국가 미래를 건 정책을 당리당략과 선거용 전략 수준으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 해법은…준조세 대폭 감소와 실효세율 제고
법인세 인상의 주된 이유가 세수 확충인 만큼 굳이 법인세율을 건드리지 않고 다른 곳에서 그만큼 효과를 거두면 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법인세율 인상과 관련해 민주당은 4조1000억원(최고세율 구간 25% 신설), 국민의당은 2조4600억원(최고세율 24%로 인상)의 연 세수 추가 확보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고세율을 25%로 높이면 연 2조3000억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어떤 잣대를 들이대느냐에 따라 전망이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고, 실제 효과가 어떨 지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뉴-노멀 시대의 본격화로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워진 것이다.
따라서 다수 전문가들은 법인세 인상에 앞서 한국 사회 전반에 걸쳐 우후죽순처럼 박혀 있는 준조세를 최소화해 기업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요구한다.
준조세가 법인세의 절반에 육박한다는 분석도 있다. 준조세는 크게 법정부담금과 기부금으로 나눌 수 있는데, 각종 명목의 기부금이 정경유착의 고리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철폐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병규 산업연구원장은 "법인세 인상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법인세 인하를 통해 기업투자를 유치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는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면서 "증세 효과를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경계했다.
유일호 부총리는 이와 관련 "현 정부 들어 비과세 감면 정비,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해 세수를 확충하고 있다"면서 법인세 인상에 앞서 실효세율 제고에 주력해야 한다는 입장을 줄곧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몇 년간 법인세 비과세·감면제도를 꾸준히 줄여 대기업 실효세율이 2013년 18.0%에서 2015년 19.2%로 높아졌다. 또 올해 1~8월에 법인세가 전년 동기 대비 22%(7조1000억원) 증가하는 등 성과가 높아지고 있다.
■ 용어설명
* 낙수효과 : 대기업과 부유층의 투자·소비 증가가 저소득층의 소득증대로 이어져 국가 전체의 경기부양 효과로 나타나는 현상
[뉴스핌 Newspim]이승제 최영수 기자(openeye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