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에서 자막을 이용해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와 더불어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을 풍자했다. <사진=MBC '무한도전' 캡처> |
[뉴스핌=이지은 기자] 정치 풍자가 쏟아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시국이 어지러운 요즘, 대중의 유일한 볼거리로 꼽히는 예능이 신랄한 풍자와 패러디로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고 있다.
◆MBC ‘무한도전’…“충성충성충성, 사랑합니다!”
‘국민 예능’으로 불리는 ‘무한도전’은 멤버들이의 직접적인 패러디 대신, 자막을 이용해 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대통령 저격에 나섰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 파문 이후 처음 패러디‧풍자 자막이 사용된 것이 바로 지난달 29일 방송된 ‘그래비티’ 특집이다.
당시 ‘무한도전’ 제작진은 다양한 색깔의 헬륨 풍선을 이용해 화성 중력, 달 중력을 체험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이때 자막에는 ‘오방색의 풍선’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 출발’ 이라는 문구를 사용해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과 박근혜 대통령의 어록을 꼬집었다.
이후에도 최순실 딸 정유라 이대 입학 특혜 의혹에 대한 패러디도 이어졌다. ‘위대한 유산’ 특집에서는 하하가 개코를 띄워주기 시작했고, 유재석은 이를 제지했다. 이 상황에서는 ‘지인 특혜 의혹 추방’과 더불어 ‘이런 친구는 버리는 게 상책’이라는 자막이 더해지기도 했다.
이 특집에서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내용을 패러디한 자막까지 등장했다. 멤버들은 유재석을 ‘예능계 정조’로 치켜세우기 시작했고, 유재석을 따르는 하하의 장면에서는 ‘충성충성충성. MC유 님, 사랑합니다 충성’이라는 자막이 사용돼 시선을 사로잡았다.
'개그콘서트'의 '민상토론2'에서 최순실 게이트와 딸 정유라의 이대 입학 특혜 논란에 대해 풍자했다. <사진=KBS 2TV '개그콘서트' 캡처> |
◆KBS 2TV ‘개그콘서트’‧tvN ‘SNL 코리아8’…돌직구 풍자와 해학
‘무한도전’은 자막을 통해 현 사태를 비판했다면, 개그프로그램은 다르다. ‘개그콘서트’와 ‘SNL 코리아 시즌8’은 직접적인 풍자와 해학으로 그야말로 안방극장에 시원한 사이다를 선물했다.
지난 20일 방송된 ‘개그콘서트’의 ‘민상토론2’에서는 최순실 게이트를 정조준하면서 이화여자대학교, 정유라, 최순실, 문고리 3인방, K-스포츠를 개그의 소재로 사용해 속 시원한 해학을 선보였다. 특히 송중근은 김대성을 제 2문학의 황태자로, 유민상은 최순실 연예인으로 표현했다. 또 각 나라나를 대표하는 동물에 대해 말해던 중, 이화여자대학교에는 말을 타고 있는 정유라가 등장했다.
송중근은 “이대의 상징은 말이냐? 말 위의 정유라가 대표라는 것이냐”라고 비판했다. 더욱이 다른 프로그램들과 달리 지상파의 대표 개그프로그램에서 최순실과 딸 정유라의 이름을 공개적으로 거론해 더욱 속 시원한 풍자를 낳기도 했다.
‘SNL 코리아’의 ‘이웃 2016 VS 1980’ 코너에서는 최순실 패러디로 어지러운 시국에 지친 국민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이 코너에서 김민교는 최순실로 코스프래해 정상훈이 살고 있는 집주인으로 변신했다.
'SNL 코리아'와 '김제동의 톡투유'에서 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풍자가 방송됐다. <사진=tvN 'SNL코리아'·JTBC '김제동의 톡투유' 캡처> |
당시 김민교는 집값을 올리지 말아달라는 정상훈에게 “죽을죄를 지었습니다”라는 최순실의 말을 패러디해 웃음 포인트를 만들었다. 또 최순실이 검찰 수사 당시 먹은 ‘곰탕’도 개그 포인트로 사용돼 보는 이들의 환호를 터뜨렸다.
JTBC ‘김제동의 톡투유’도 한 몫을 톡톡히 했다. 지난 20일 방송에는 부산대 물리교육과 김상욱 교수와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정재찬 교수가 출연해 ‘이상해’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공개됐다.
이날 정재찬 교수는 서정주 시인의 ‘추천사’를 읽은 후 “이건 ‘그네’에 관한 시이다”라고 말했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 이름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 이어 김상욱 교수는 그네가 멈추는 이유를 묻는 정재찬 교수의 질문에 “그네가 멈출 수 있는 이유는 저항력 때문”이라며 국민들의 현 실태에 대한 저항을 언급했다.
이처럼 수많은 예능프로그램에서 현 시국을 비판하고 풍자하는 자막과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프로그램에서는 웃음 포인트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여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이제는 웃음 코드를 위한 단순한 패러디가 아닌, 국민적 상실과 분노를 공유하고 더 나아가 희망을 말하는 진짜 사이다 예능이 필요한 시점이다.
[뉴스핌 Newspim]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