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청와대 요구, 무시할 수 없었다"
[뉴스핌=김선엽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신동빈 롯데 회장과 독대하면서 75억원을 추가로 출연해 줄 것을 직접 요청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박 대통령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최순실 지인의 회사에 현대차그룹의 일감을 몰아줄 것을 강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20일 '최순실 게이트'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의 공소장 등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지난 3월 신동빈 롯데 회장과 독대하면서 75억원을 추가로 출연할 것을 직접 요구했다.
박 대통령은 면담 직후 안 전 수석에게 "롯데가 하남시 체육시설 건립과 관련 75억원을 부담하기로 했으니 진행상황을 챙겨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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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4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두 번째 대국민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하지만 롯데 내부에선 ‘실효성 있는 사업이 아니다’라는 판단에 따라 출연을 재고할 것을 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롯데와의 독대 자리뿐만 아니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친구 부모 회사가 운영하는 KD코퍼레이션으로부터 현대차그룹이 물품을 납품받을 것을 요구했다.
또 최 씨가 사실상 운영하는 광고업체 플레이그라운드에 광고 일감을 몰아주도록 현대차 측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로 인해 플레이그라운드는 현대·기아차로부터 62억원 상당의 광고를 따냈다.
검찰은 공소장 작성과 관련해 “사실관계가 드러난 것을 중심으로 작성했다”면서 “100%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99%는 입증 가능한 부분”이라고 밝혀, 박 대통령의 공모를 밝히는 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직접 대기업 총수를 상대로 자금 출연을 종용한 것으로 드러나자 기업들은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나섰다.
검찰 역시 이날 중간 발표를 통해 "기업들은 안 씨 등의 요구에 불응할 경우, 각종 인허가상 어려움과 세무조사의 위험성 등 기업활동 전반에 걸쳐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해 출연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롯데의 70억원 추가 출연에 대해 최 씨와 안 씨의 '직권 남용'의 근거로만 언급하고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롯데가 안도의 한숨을 쉬는 이유다.
검찰의 발표 직후 현대차 측 역시, "기업 입장에서 청와대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다"고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